시 읽는 일요일(96)

by 김대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 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베풀라.


​당신이 어떤 일에 성공하면

몇 명의 가짜 친구와

몇 명의 진짜 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라.

(인터넷의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니는 시인지 잠언인지 근본인 모호한 글을 발견했다. 행과 연을 나누는 꼼수를 부려 시처럼 보이지만 그 흔한 메타포라곤 없이 읽는 이를 단단히 타일러서 가르치려 드는 딱딱한 종교적 설교를 방불케 한다. 허나 내용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이 있다.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가 사전적 의미인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묘한 매력이 있는 관용구다. '-함에도 불구하고'의 '불구不拘하다'는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는 의미로 당장의 현실은 난맥상으로 뒤숭숭하지만 난관이 닥쳐도 기필코 결자해지하겠다는 굳은 결의로 읽혀져 가상하다. 그래서일까. 역시 인터넷의 대양을 떠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의를 '인간을 돋보이게 하는 여덟 글자'로 규정한 글이 그다지 억지스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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