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는 커트점 남자 화장실엔 거미가 산다. 커트점 원장이 여자라 남자 화장실에 신경이 덜 가는 틈을 타 녀석은 유리가 깨진 유리창틀에 제법 큰 방사형 거미집을 짓고 산다. 녀석의 고대광실 한쪽 귀퉁이에는 녀석보다 덩치가 한참 밀리는 다른 거미 한 마리가 역시 거미줄을 치고 살지만 녀석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작고 누추하다. 마치 새끼를 곁에 두고 아비가 집 짓는 법을 가르치듯 둘은 공생한다.
내가 출근하는 아침나절에는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던 녀석이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무렵엔 거미집 한 가운데에 떠억하니 왕처럼 군림하고 앉았다. 공사가 다망한 줄은 알겠는데 너무 비싸게 구는 것 같아 얄밉다. 하지만 남 밑에서 삯 받고 일하는 내가 남의 집 한 귀퉁이에 곁방살이하듯 거미집 짓고 사는 녀석한테 묘한 동질감을 느껴선지 녀석을 보고 있자면 그냥 애틋해진다. 이런 내 마음 너는 알까 오줌 누다 말고 중얼거리면 잠자코 있던 거미 녀석, 역시나 더 쥐 죽은듯 하다.
지난 일요일 손님 머리를 다 감기고 수건을 널다가 모기 한 마리가 앵앵거려 손으로 툭 쳤는데 나자빠졌다. 꿈틀거리는 걸 손바닥으로 압살시키려다 집어서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물것을 거미줄에 갖다 대니 그대로 붙어 버렸다. 거미줄이 출렁 요동을 치자 녀석이 놀란 듯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가 싶더니 먹잇감인 줄 알고 웬 떡이냐며 이내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거미줄로 물레 돌리듯 칭칭 감는다. 제 덩치만 한 걸 득템했으니 그날은 포식하는 날이었으리라. 로또라도 당첨된 듯이 내가 다 뿌듯했다.
아침에 거미를 보면 근심과 걱정이 생긴다? 동요 속에 나오는 이 말은 거미 자체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으며 실 잣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일 뿐이다. 옛날에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침 일찍부터 실을 잣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발터 크라머 외, 「상식의 오류사전 3」, 박정미 옮김, 경당)
「서경잡기」란 옛날 책에 '아침 거미는 기쁨, 저녁 거미는 도둑'이라고 적혀 있다는데 거미를 대하는 태도가 동서양이 정 반대다. 고로 둘 다 뻥이란 말씀. 아침에 보건 저녁에 보건 자주 봐서 기분이 좋아지면 그만이다. 서로 친구 먹으면 나타나는 감정이기도 해. 거미 녀석한테는 아직 안 물어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