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를 가진 쉰 다섯 먹은 아들을 데리고 늙은 엄마가 무료이발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학원엘 지팡이를 짚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올라온다. 내가 면허반과 커트 실무반을 병행하기 시작한 작년 가을 무렵 그 모자를 처음 봤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학원을 찾는데도 금방 덥수룩해져 깎는 데 무진 애를 먹는다. 풍성한 모량 탓이겠지만 짐승털마냥 빳빳하고 거친 모질이 더 성가셔서다.
방문하는 이용객을 학원생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깎아 주다 보니 아들이 내 차례였던 적은 끽해야 한두 번이었지만 아들이 소제하는 사이 멀찌감치서 고개를 숙인 채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듯 앉았는 늙은 엄마가 자꾸 밟혔다.
어제는 마침 내 순서라 커트보를 아들 목에 두르고 늙은 엄마한테 말을 걸었다.
- 아드님 보고 혼자 가서 머리 깎으라고 하이소.
- 꼭 데불고 가라고 성환데 될 일이겠능교.
- 평생 이럴 순 없을 낀데.
- 세 살 아래 동생이 하나 있긴 한데.
- 동생은…괜찮은가 보죠?
- 멀쩡합니더. 낼모레 출가시키도 될 다 큰 딸내미도 있으요.
- 근데 뭔 걱정입니꺼?
- 제수가 저런 시숙 델꼬 댕기겄소? 형수면 또 모를까.
늙은 엄마가 원하는 대로 아들의 머리를 만들어 주는 게 당장 내가 할 소임이다. 이왕이면 그 나이에 맞는 중후하고 단정한 스타일로 꾸며 땡볕에 여까지 걸음한 모자를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 이발을 마무리한 뒤 늙은 엄마를 불러 어떠냐고 물었다.
- 됐심더. 잘 깎았네예.
늙은 엄마 말이 끝나자마자 쉰 다섯 아들도 거들었다.
- 씨언하다!
- 그기 뭐꼬? 슨생님한테 고맙다고 해야제.
- 고맙슴다!
두 눈은 땅바닥을 응시하고 고개만 까딱하는 감사 인사가 정겹긴 처음이다.
- 어무이, 내가 8월 말까지는 이 학원에 있을 낍니더. 오늘 이발했으니까네 7월 말, 8월 말 두 번은 내가 아드님 머리를 책임지고 깎아 줄 테니 꼭 나한테 깎겠다고 하이소.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무료이발 이용자가 여러 수십 명에 달하고 쉰 다섯 아들은 그 중 한 명일 뿐이다. 허나 내 보잘 것 없는 솜씨가 때론 누군가에게는, 이를테면 허리는 굽고 한 다리는 불편해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보행이 힘든 노모와 그 자폐 아들한테는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 중 하나를 일소시켜 주는 사소하지만 유익한 이바지임을 그들을 통해 깨닫게 되어 도리어 은혜롭다.
누구에겐가 힘써 베푸는 일(보시布施)은 우리의 뇌에 다른 것과 비교가 안 되는 지고한 쾌락을 안겨준다. 그러므로 베풀도록 해주는 존재의 발에 입을 맞추며 경배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성석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