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우울증 못지않은 스트레스

by 김대일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SNS 안 타인의 행복한 모습을 부러워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증세를 말한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19~32세 1800명 조사)에 따르면 SNS 접속 빈도 상위 25%는 하위 25%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2.7배 높다고 한다(<불행한 대한민국, ‘카·페·인’ 우울증에 빠진 청년들>, 중앙일보, 2022.12.20.).

'카페인 우울증'에서 탈출하려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스마트폰 들여다볼 시간에 자신에게 더 집중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주변 지인들과 만남을 즐기거나 자신만을 위한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괜한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 받아도 되고 뿌듯한 느낌에 기분도 한결 좋을 거라는 게 전문가의 당부다. 허나 말처럼 쉬울 거면 애초에 이런 신조어가 등장하지도 않았을 거이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 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살아야 상대적 박탈감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낙오감을 겨우 면하는 요즘 세태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속에 세상은 이미 감금됐고 먹고 살자면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 애면글면해야 하는 게 우리네 일상이고 보면 스마트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된 지 오래다. 그런 마당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혹은 전원을 끄고) 느긋하게 자신만의 시간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지 나는 회의적이다. 원론적인 해결책을 원론적으로만 받아들이면 해결책이 아니고 관성이다. 자신의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변칙적으로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겠다(이 조언도 실은 입에 발린 소리긴 하지만).

여행, 음식 따위 사진이 주로 올라오는 SNS는 오래 전에 탈퇴했다. 그나마 안 없앤 SNS도 묵음으로 설정해둬서 새 소식이 올라와도 스마트폰을 열지 않는 한 즉각 반응이 일어날 리 없다. 모바일뱅킹용, 글쓰기용, 라디오 음악 듣기용으로만 용도가 한정지어져서 스마트폰 과용으로 생길 스트레스는 기실 별로 없다. 스마트폰 수명이 다했다는 시그널로 포착되는 이상 징후로 간담이 서늘하기 전까지.

제멋대로 스크롤이 되질 않나 전원을 분명 껐는데 버젓이 켜져 있질 않나. 처음엔 나 아닌 자가 내 스마트폰을 원격 조종하는 줄 알았다. 혹시 그렇다면 내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모바일뱅킹까지 해킹당할 게 불 보듯 뻔하니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는 스마트폰이 야속하기도 하고 그 상황에 속수무책인 나는 더 한심해서 한동안 일손도 잘 안 잡혔다. 혹시나 해서 큰딸한테 물어봤다. 기계가 맛이 갈 즈음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면서 이전 스마트폰이 그런 식으로 통제불능이어서 자기는 결국 바꿨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구세주의 복음이 따로없었다.

정녕 기계 연한이 차서 생긴 문제라면 새 것으로 바꾸면 될 일이다. 하여 지체없이 스마트폰을 교체할 테다. '카페인 우울증'은 아니지만 유령인 양 제멋대로 짓까부는 기계 때문에 소름 돋는 것도 꽤 스트레스다. 계획에 없던 비용 부담보다 정신 건강에 더 해로운 기계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나만의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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