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살인적이라 할 물가에 지레 겁을 집어먹어 그냥 안 먹고 말지 넘어가려다가 뱃속이 몇 주째 칭얼거리는 바람에 결국 호주머니를 열었다. 꼴에 제철 음식이 무척이나 당겼던 게다. 노는 날 동네 슈퍼에서 냉동 주꾸미와 냉동 해물믹스, 숙주를 사 목마른 놈이 우물 파듯 직접 해먹기로 했다. 재료값으로 2만 원 가량 들었다. 배달시켜 먹으면 4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해동시켜 바로 먹는 주꾸미볶음 간편식 상품은 가격에 비해 양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양껏 먹자면 한 팩에 9천 원하는 걸 서너 개는 사야 할 판이니 배달시키나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주꾸미볶음 양념장 레시피를 인터넷에 뒤져 후다닥 만들었다. 끓인 물에 1분 정도 데친 주꾸미와 해물믹스를 식용유 두른 팬에 양념장과 함께 들이붓고는 볶아댔다. 양념에 제법 배었다 싶자 숙주도 아낌없이 넣어 다시 푹 볶았다. 전분이 있으면 걸쭉한 해물찜 비스무리한 모양새를 낼 수 있겠는데 찬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질 않아 아쉬웠다.
오후에 일터로 출근하는 큰딸을 불러 기미를 보게 했다. 그런대로 먹을 만했는지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미리 씻어둔 상추로 쌈을 싸서 정신없이 먹어댔다. 750ml짜리 하이네켄 맥주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반주로 역시 그만이었다. 노는 날 큰딸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점을 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먹고 싶은 걸 대령한 그제 브런치는 근래 들어 최고였다고 자부한다.
다만 계산기 두드리는 수고를 면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불리 먹을 날이 언제일지 몰라 끝맛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