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커트요금

by 김대일

간간이 걸려오는 문의전화가 썩 반갑지만은 않다. 매출로 직결되는 문의는 열 통 중 한두 통에 불과해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모르는 전화번호가 떠 통화버튼을 누르면,

"거기가 미장원 맞지요?"

말머리가 이런 식이면 바로 끊고 싶다. 왜냐하면,

"미장원 아니고 남자 머리 깎는 커트점입니다."

"그럼 여자 머리는 안 깎아요?"

"남자 커트점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점방 간판에 버젓이 '개금남성커트점'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고 상호만으로는 도대체 뭐 하는 점방인지 그 정체가 의심스러울까봐 이발소 상징색(청색은 정맥, 홍색은 동맥, 백색은 붕대​을 뜻한다)에 가위랑 바리캉 그림까지 친절하게 그려넣었음에도 행인은 정작 상호 아래 내 폰번호밖에는 눈이 안 가는가 보더라. 점방을 건성건성 훑어보고는 5천 원만 주면 남녀노소 안 가리고 머리 깎아주는 덴 줄 착각하고 이게 웬 횡재냐 싶었겠지. 요즘같은 고물가에 머리 깎는 게 두려운 늙은 안식구한테 5천 원짜리 미장원이 이웃에 생겼다고 생색을 냈을 테고 곧이곧대로 듣자니 적잖이 미심쩍은 마누라가 남편을 닦달해 확인 전화를 해보라고 시켰겠지.

미장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남자머리든 여자머리든 깎새 손품 드는 건 솔직히 오십보백보인데 요금은 천차만별에 극과 극이다. 동종업계 종사하는 입장에서 머리 깎아주고 받는 요금이 만 원을 넘어가면 거품이 잔뜩 낀 폭리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물가 올랐다고 물가상승률만큼 머리카락이 더 자라지는 않으니까. 제발 적당히 받으셔서 여자 머리는 안 깎느냐는 문의전화가 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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