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정의

by 김대일

목요일인 어제 새벽이었다. TV 아침프로 진행 MC의 인사말이 머릿속을 맴맴 돌았다.

-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공동 MC인 여자 아나운서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 무슨 날인데요?

- 하루만 일하면 쉬는 날이잖아요.

순간 달력부터 쳐다봤다 금요일이 공휴일인지. 대체공휴일 같은 건가 싶어서 달력을 더 뚫어지게 봤다. 인터넷으로도 찾아봤지만 아무 날도 아니었다. 얼굴 보면 아하, 저 사람하고 알 만한, 이른바 SKY 학력을 보유한 영민하고 재주 많기로 소문난 MC가 실언을 할 리 만무한데 그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MC가 한 말을 가만히 곱씹었더니 흰소리였다. 일하는 금요일 다음날은 쉬는 토요일이고 목요일을 그렇게도 설명할 수 있다는 걸 뒤늦게서야 깨달았던 거다.

내가 가끔 이런다. 남은 우스갯소리로 가볍게 던졌는데 터무니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쓸데없는 심각성. 살짝만 나긋나긋하게 생각하면 그 신새벽에 시청자 덜 깬 잠을 깨우려고 MC가 말장난을 지껄인 거라는 걸 뻔히 알 텐데도 나는 꾸역꾸역 논리만 찾고 앉았다. 별로 논리적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다른 면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지만 특히 언어세계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을 나는 이렇게 고백했다.

'직관적이지 못하고 구사 단어는 빈곤하며 핵심을 꿰뚫지 못한 채 행간만 헤매는 지진아'

어떨 땐 이런 생각도 든다. 암만 책을 끼고 살고 하루 한 꼭지씩 따박따박 글을 끼적거린들 타고난 천부적 언어 구사 능력을 당해내질 못한다고. 그러니 한번 씨부렸다 하면 청산유수도 울고 갈 달변에 능변인 용이나 완이를 나는 늘 부러워하고 시기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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