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s of Belle Époque ​

by 김대일

최근 방영 중인 KBS 주말드라마의 주제가는 요즘 지어진 노래가 아니다. 멜로디며 가사가 요즘의 정서가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노래깨나 불러 잘나간다는 요즘 어떤 가수도 쉽게 소화해낼 수 없는 수준 높고 고난이의 노래다. 그 노래는 청량한 가창력을 무기로 삼아 수려한 화음을 자유자재로 연출해내는 전설의 여성 듀엣만이 완성시킬 수 있다. 그 중 한 명은 맞장을 떠도 전혀 꿀리지 않는 소리맵시로 이문세와 듀엣을 이뤄 또 하나의 명곡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고로 따라부를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함부로 대놓고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다. 우리말 듀엣곡 중 이보다 절묘한 노래를 들어본 적 없다.

1980년 대학가요제 은상을 탄 노래는 우리나라 시티팝의 효시로 여전히 칭송받으면서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월이 가면>을 부른 최호섭의 형 최명섭이 고등학생 때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출중한 무게감과 짙은 호소력으로 무장한 여성 리드 보컬,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는 감각적인 재즈풍의 선율이 고급지다. 객석에 앉아 텅 빈 무대를 보는 관객의 시점으로 1절을, 무대에 앉아 텅 빈 객석을 보는 배우의 시점으로 2절을 번갈아 부르는 가사는 특징적이고 인트로는 특히 중독적이다. 어떤 댓글은 노래를 이렇게 평했다.

[나온 지 수십 년 된 노래지만 2023년에도 모던함과 특유의 인디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명곡. 요즘 나오는 복잡하고 화려한 음색의 노래들도 좋지만 대학가요제 고유의 간결함, 단순함에서 나오는 깔끔한 호소력은 대체가 안 된다. 어떻게 그때 이런 노래를 다 만들었을까.]

고로 따라부를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함부로 대놓고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두 노래의 특징은 노래가 나온 지 40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독보적이라는 데 있다. 요즘 유명짜한 작사가, 작곡가, 가수 중에 이 노래들을 능가할 매력적인 곡을 만들고 불러 내가 틀렸다고 멱살잡이할 이가 최소한 내 생전에는 없다는 암울한 확신은 한결같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 쉽게 시대는 변했지만 기성품을 기계로 찍어내듯 범람하는 지금의 유행가에는 우리의 '아름다운 시절'을 지배했던 노래처럼 사람을 사정없이 사로잡아 끄는 매혹적인 정서 따위는 찾기 힘들다. 그저 인기라는 외피 속 맹목적이고 반지성적 광기로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를 떠받들고 따라부르는 형국이다.

내 또래가 대체로 그러하듯 벨 에포크와 더불어 명멸했던 노래들을 소환해 고단한 마음을 달래는 편이 슬기롭게 유행가를 즐기는 방법일 테다. 식상한 표현이겠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숱한 명곡들에서 요즘은 거의 느끼기 힘든, 시대를 앞서간 진실되고 독보적인 천재성에 새삼 탄복하며 그들의 노래에 순종하고 경배하는 복된 종복임을 새삼 기뻐하며 심신을 달래는 게 상책이겠다. ​​​​​​​​​​


https://youtu.be/YBpux12-1WM

https://youtu.be/s3uPXokhp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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