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by 김대일

한겨레신문 고명섭 기자가 쓴 『담론의 발견』(한길사, 2006)은 신문 지면과 출판 잡지에 그가 쓴 서평 기사를 엮은 책​이다. 여러 책 중에 피에르 아술린이 지은 『지식인의 죄와 벌』(이기언 옮김, 두레, 2005)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인상적인 인용문을 발견했다. 피에르 아술린의 책은 프랑스의 '나치 협력자 청산'에 관한 역사적 평가서인데 나치 협력자들 중에서도 지식인들의 부역행위를 훨씬 더 가혹하게 단죄한 이유, 즉 왜 지식인들이 더 호되게 처벌받았는지, 그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서술하고 있단다. 여기서 지식인이란 특히 언론인과 문필가를 말한다.

똑같이 부역했음에도 왜 돈으로 부역한 자들보다 말과 글로 부역한 자들이 더 큰 벌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작가인 베르코르와 지성인의 모범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을 통해 단호하게 전달하는 대목에서는 우리 현실과 겹쳐져 생각이 많아진다.

"기업가와 작가를 비교하는 것은 카인과 악마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카인의 죄는 아벨에 그친다. 그러나 악마의 위험은 무한하다."(베르코르)

"나는 히틀러의 선전자들을 엄벌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말이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 독가스실만큼이나 살인적인 말들이 있다."(시몬 드 보부아르)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허위 사실과 과장되게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기자로서의 전문성마저 추락시키는 사람과 그 사회적 현상을 '기레기'라고 지칭한다(위키백과). 저질, 왜곡, 추악한 말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내며 대상만 달라졌지 굴종과 부역을 서슴지 않는 기레기를 언중은 경멸을 넘어 단죄해야 한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언론이란 가면을 쓴 악마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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