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 (2)

by 김대일

많이 먹을 필요 없어. 한 마리 생선을 뼈째 먹어봐. 그럼 진짜 맛을 알게 될걸.

많이 읽을 필요 없어. 한 권 책을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어봐. 진짜 재미가 느껴질걸.

많이 사랑할 필요 없어. 단 한 사람을 지독히 사랑해봐. 그럼 진짜 사랑을 알게 될걸.

( 다카하시 아유무, 「핵核」 일부)


임의진은 시인이자 수필가, 목사이면서 월드뮤직 전문가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 일간지에 기고하는 <임의진의 시골편지>라는 칼럼을 통해 아유무 시를 알게 됐다. 임의진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임의진과 아유무, 두 괴짜 시인은 왠지 닮은 구석이 많은 듯싶다. 한 시인은 홀연 오지로 떠나고 다른 시인은 무기한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자유인. 고소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썩 즐기지 않는 나로선 오지니 세계 여행의 로망은 딴 나라 얘기지만 그 놈의 '홀연', '무기한'이란 단어에는 그만 홀딱 넘어간다. 떠나고 싶을 때 미련없이 떠나서는 돌아올 날을 정하지 않고 질릴 때까지 즐기다 오는 그 배짱이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거니 이만 시로 돌아가자.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고급지고 특별한 기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그저 가위든 바리깡이든 빗 대고 수천 수만 번 깎다 익숙해지면 그게 내 기술이 되고 전문가 소릴 듣는다고. 그치만 머리 깎는 기술은 결국 일통하다고.인생도 마찬가지일 성싶다. 남들보다 유니크한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 나서지만 새로울수록 몸에 안 맞는 옷가지마냥 생경하고 불편하다. 친근할수록 행복에 더 가깝다.

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가난한 나라의 넉넉한 사람들이 내게 그렇게 웃음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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