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열정적으로! setiap hari semangat
동남아쪽 역병이 심상찮다는데 인도네시아 가 있는 용이가 걱정이다. 얼마 전 SNS에다 대고 부산 올 때도 되지 않았냐고 안부 겸 물었더니,
지금은 완전 촌동네 개깡촌에 쳐박혀서 산다. 새로 공장짓는다고. 내가 마스크 쓰는 건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공사장 먼지 때문이다. ㅠㅠ
용이다운 해학적 페이소스다. 이렇게 보낸다는 건 아직 살 만하다는 소리다. 그래도 가끔은 고국에서 콧바람 쐬는 맛이 있어야 일하는 재미가 늘 낀데 참. 하기사 요즘 같음 한국 와도 2주 격리는 기본으로 깔아야 하니 휴가다운 휴가를 즐기자면 짧아도 한 달이다. 현장을 총괄하는 관리자를 한 달씩이나 놀게 놔둘 회사가 한국에 과연 몇 있을까.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강철판 마인드와 걸걸한 입담을 자랑하는 우리의 용이가 이러다가 인도네시아 대통령하겠다고 나서는 건 아닌지 몰라.
신발쟁이로만 인생의 절반 가까이 산 녀석이 회사를 옮겨도 신발회사인 건 잘한 일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댔으니까. 그치만 영전한 사무실에서 편히 펜대나 굴리는 대신 신발 만드는 현장(대부분의 큰 신발회사 공장은 해외에 있다)에서 굴러보겠다고 자청한 건 인생 후반전을 건 승부수임이 분명하다고 나는 확신한다. 떠난 지 몇 해가 됐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작년인가 장인상 당해 잠시 들른 것 외에(문상갔을 때는 아직 도착 전이어서 녀석을 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촌동네 개깡촌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본인은 나오지 못해 우는 소릴 해대지만 제 의지가 서려 있지 않다고 누가 장담하랴.
새 공장을 짓고 기계 들이고 직공들 모아 부리는 시시콜콜한 모든 걸 호주머니에 꿰차고 녀석이 한국에 들어오면 그게 금의환향이다. 회사 생활 오래 해보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지속 번창을 위해서는 현장 마스터를 우대하지 않으면 안 될 테니 치솟는 게 몸값이라는 것쯤은 안다. 내가 없으면 신발 절대 못 만든다… 이 노림수가 맞다면 용의주도하기 짝이 없는 용이다. 한번은 듣도 보도 못한 알파벳 덩어리를 보내 왔다. setiap hari semangat. 매일 열정적으로! 내가 찾은 뜻이 맞다면 녀석은 지 속내를 현지어를 빗대 드러낸 셈이다. 의뭉스러운 놈.
말도 설고 물도 선 이역만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용이의 앞날에 탄탄대로만 열려 있길 친구로서 진심으로 바라지만, 올라간 위신에 취해 어깨에 뽕만 잔뜩 들어가고 돼먹잖게 가빠나 뻐기는 실없는 속물로는 퇴화하지 않길 또한 바란다. 계급장 따위는 전혀 연연해하지 않는 예전 털털함 그대로 기분좋게 같이 한 잔 땡길 사이로 쭉 남았으면 참 좋겠다.
용아, 거기는 역병이 들불처럼 역병이 번진다는데 몸 단디 챙기라. 부산 오거든 꼭 연락하고. 나도 가위질깨나 한답시고 공사가 나름 다망하니 되도록 월요일 저녁으로 날 잡아서 한 잔 하자는 말 이참에 꼭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