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공포증

by 김대일

이른 아침 하늘엔 비행기 한 대가 둥둥 떠갔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걸 보니 김해공항 혹은 김포공항, 그도 아니면 인천공항에서 떠서 일본이나 태평양 어디메쯤 항해 날아가는 중이겠다. 유유히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가 불현듯 두려워져서 올려다보던 시선을 얼른 거뒀다. 가슴이 뛰고 불안해져서였다. 일어날 리 없는 추락의 공포를 도무지 떨쳐 버리질 못하겠다.

내 비행 공포증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1997년 8월 6일 괌에서 추락한 여객기로 하나뿐인 피붙이 누이의 가족을 어이없이 잃어버린 회사 상관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뇌리에 박혀서일까, 2002년 4월 15일 부산에서 멀지도 않은 김해 한 아파트 뒷산에 꼬라박힌 여객기의 처참한 동체를 보면서 이런데도 비행기를 타야 하나 하는 불안감에서 헤어나지 못해서일까. 특정 공포증이 생기는 여러 원인 중에는 공포를 느끼는 대상에 위협을 느낀 경험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요동을 치자 안전벨트를 꽉 붙들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던 경험, 꽉 막힌 비행기 내부에만 들어서면 겉잡을 수 없는 답답함으로 이착륙 내내 심신이 불안정했던 경험.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최악의 상황인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비행 공포증은 갈수록 더해졌고 더는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특정 공포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체계적 둔감법이라고 해서 공포 대상을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는 기법이 가장 무난한 치료법이라고들 한다. 예를 들어 조류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처음에는 비둘기, 까마귀 등의 글자, 그 다음에는 새 사진을 보여주고, 그 다음은 환자가 있는 방 안에 새를 풀어놓는 식이다. 비행 공포증 극복에 빗대면 이런 걸까. 비행기란 글자, 그 다음엔 비행기 사진이나 모형을 보고, 이착륙을 시도하거나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를 보는 훈련을 계속하며 비행기 승무원이 훈련하는 모의 비행기 내부에 들어가서 탑승객 훈련을 받으면 공포가 극복될까? 앞으로 비행기 탈 일이 몇 번이나 생길지 모르겠지만 기차나 자동차보다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감정은 쉬 바뀌지 않을 성싶다. 비행기를 타고 어디를 가야 한다는 일정이 정해지자마자 요동 칠 감정선을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서 말이다.

동쪽으로 떠가는 비행기를 일별하고 몇 걸음 걷다가 눈 앞에 비행기를 발견했다. 불시착한 게 분명하다. 잠시 거둔 공포가 새삼 거세게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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