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은 자동 정액제로 '멜론'이라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 달의 6,600원씩 꼬박꼬박 계좌에서 빠지는데 돈 값어치를 한단다. 하기야 듣고 싶은 음원을 언제든지 무제한 듣는 호사의 대가로 매달 6,600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엊그제 현충일 식구들이 동승해 여기저기로 쏘다닐 때 차 안에서 주문만 하면 척 하니 음원을 뽑아내는 막내딸이 은근 부럽기까지 했다.
클래식이면 클래식, 팝송이면 팝송, 가요면 가요 장르 불문하고 주파수만 맞추면 라디오에서 뭐든 다 나오는데 생돈 들여서까지 음악을 굳이 사서 들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로 투덜거리곤 하던 나였다. 근데 선곡 소개 이외 군말을 주워섬기는 라디오DJ의 장광설이 귀에 몹시 거슬리고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라디오의 일방통행 청취 시스템이 감질이 나니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나를 발견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정작 이용권을 구매하려니 그놈의 빌어먹을 결정 장애가 도져 버렸다. 매달 일정액을 낸다는 건 액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나로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낸 돈 만큼 본전을 뽑으려면 주야장천 틀어놓고 있는 수밖에 없지만 한가하게 음악만 듣고 앉았을 처지가 못 되니 이용을 안(못) 하면 그만큼 새는 생돈이 너무 아까워서 감히 지갑을 열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새참값 만한 돈 가지고 오만 가지 생각에 부스럭거리는 좀생이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점방에서 온종일 TV에만 정신을 놓고 살다간 멍청한 얼간이로 퇴보하기 십상이라 예술의 자양분이 절실하고, 유투브로 공짜 음악 들으려다 시도 때도 없는 광고에 신물이 날 대로 난 실정이라 드디어 모종의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단, 스스로 내건 조건이 충족했을 때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되 사전 정지 작업으로 꼭 듣고야 말겠다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1,000곡을 우선 선정한다. 전적으로 내 음악적 취향에 맞는 리스트라야 한다. 정확하게 1,000곡을 꽉 채워야지만 6,600원짜리 이용권을 구매할 것이다. 나름 고심해 내놓은 절충안이다. 물론 이대로면 미구에 이용하기는 글렀지만. 아무튼 열심히 리스트를 작성 중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