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국수
고영민
반죽을 누르면 국수틀에서 국수가 빠져나와
받쳐놓은 끓는 솥으로
가만히 들어가
국수가 익듯,
익은 국수를 커다란 소쿠리째 건져
철썩철썩,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듯,
손 큰 내 어머니가 한 손씩 국수를 동그랗게 말아
그릇에 얌전히 앉히고
뜨거운 국물을 붓듯,
고명을 얹듯,
쫄깃쫄깃, 말랑말랑
그 매끄러운 국숫발을
허기진 누군가가
후루룩 빨아들이듯,
이마의 젖은 땀을 문지르고
허, 허 감탄사를 연발하며 국물을 다 들이키고 나서는
빈 그릇을 가만히 내려놓은
검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듯,
살다 갔으면 좋겠다
(입맛이 없는 요즘, 나는 가끔 마누라가 만들어 준 냉국에 집에서 삶은 국수를 말아 한 끼 뚝딱 해치우곤 한다. 국수 한 그릇에 웅숭깊은 인생 철학이 들어 있음 얼마나 들어 있겠는가마는 국수 면발을 삼킬 적마다 슬쩍슬쩍 드는 감회란 국수처럼 소박했음 하는 바람이다. 온육수든 냉육수든 말아먹을 국물만 있으면 식사 대용으로 가뿐한 국수처럼 간소하면서 담백하게 살고 싶다. 구색만 갖추다 볼장 다 보느니 좀 모자라도 털털하게 인생을 즐기고 싶다. 급하게 들이켠 냉국수 국물로 머리통이 얼얼하지만 속이 뻥 뚫린 듯 씨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