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정현종의 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방문객>, <비스듬히> 공히 당연한 걸 가지고 색다르게 구사하는 시적 표현이 탁월하다. <비스듬히>는 한자 '인人'을 소재로 삼아 시로 그려낸 거라 짐작한다. 중요한 건 별스러울 것 없는 시 언어 안에 웅숭깊은 뭔가가 늘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시를 쓰는 시인이 정말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