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족

by 김대일

3학년 초등생을 둔 부모치고는 아주 젊어 뵈는 남녀는 아이 머리를 투블럭으로 해달라고 주문한 뒤 밖으로 나갔다. 커트보를 두른 뒤 깎새는 점방 문을 열고 그들을 찾았다. 마침 점방 옆 골목에서 담배를 태우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 옆에 서 있던 여자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도 동시에 목격했고.

"속머리는 6밀리로 깎을까요, 3밀리로 깎을까요?"

"6밀리로 해 주세요."

깍짓동만 한 남자는 전신에 문신을 그려 넣었고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인 양 왜소한 여자의 그것도 남자 못지않았다. 본격적으로 아이 머리를 깎기 전 깎새는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밖에 계신 분들 엄마 아빠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아이. 잠시 뒤 남녀가 들어오자 대기석에 앉아 있던 다른 손님 두 명은 남자의 덩치에 압도된 듯 침묵을 덮어썼다.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여자와는 달리 아이 머리 깎는 모습을 두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줄곧 쳐다보는 남자를 앞거울로 흘낏흘낏 살피던 깎새는 까닭없이 식은땀이 흘렀다. 요즈음엔 스타일 표출의 수단으로 남녀노소 안 가리고 다 한다는 문신이지만 점방 안 남녀의 그것이 워낙 강렬하고 전방위적인데다 어린애답지 않게 얌전한, 얌전하다기보다는 꼭 주눅이 든 표정으로 옹송그린 아이까지 겹치자 이들 가족을 이색적이라고 해야 할지 개성적이라고 해야 할지 정의내리지 못한 깎새는 혼자서 고민에 빠졌다.

커트 작업이 모두 끝나고 커트보를 거두자, 아이가 엄마 품으로 달려가 폭 안겼다. 여자는 '이쁘네'를 연발하며 흐뭇해했고 남자는 무심하게 요금을 지불했다. 그러고 그들은 점방 문을 나섰다. 가족의 뒷모습을 보면서 깎새는 최종적으로 '일상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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