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여행 유투버'나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말고 '나그네'라는 단어를 쓰는지 모르겠다. 안 쓴다고 아주 없어지지는 않을 게다. 국어 교과서에서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가 추방되지 않는 한.
나그네는 '나가다'의 '나가'에 사람을 뜻하는 내(네)가 붙은 말이다. 나간 사람, 국어사전을 빌자면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잠시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이란 의미니 여기저기 여행하면서 콘텐츠를 생산해 유명세를 타는 여행 유튜버,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역시 집 놔두고 사서 고생하는 걸로는 그만그만하니 나그네의 다른 버전쯤 되겠다. 단, 여행을 빙자한 낭만의 구가라는 점에서는 오십보백보일지 모르겠지만 나그네와 그 종이 갈리는 결정적인 지점, 즉 나그네하면 떠오르는 동가식서가숙하는 풍찬노숙이랄지 실연의 아픔을 잊으려는 도피성 방랑 따위 구저분한 청승 대신에 여행에 꽂힌 덕후가 마침내 생산적인 뭔가를 획득하기에 이르는 대장정이라는 점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생산적이란 표현은 적확하다. 여행 경험담을 동영상으로 올리면 그것에 열광하는 사람들 덕에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도 될 돈을 벌었다는 유튜버가 즐비하니까.
TV에 전영록이 나와 1976년 가수로 데뷔할 때 불렀다는 <나그네 길>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들었다. 나도 옛날 사람 다 되었다고 느끼는 게 노래를 들으면서 '나그네'라는 낱말이 연상되는 온갖 상념이 다 떠오르더군. 내친 김에 인터넷을 찾아 송창식이 부르는 <비의 나그네>를 들었더니 이건 뭐 숫제 청승 물벼락을 온몸으로 받아안는 격이라. 여세를 몰아 백년설의 <나그네 설움>에 이르면 노스탤지어의 끝판왕이 따로 없을 지경이고. 희한한 건 나열한 노래들을 모조리 듣고 났더니 꼬깃꼬깃해졌던 감정이 쫙 펴진 듯이 개운해지는 게 은혜도 이런 은혜가 없었다.
발음하기도 귀찮은 요즘 '여행 어쩌고저쩌고'하는 치들과는 달리 예전 나그네는 정처도 없고 목적도 없이 떠났다. 아니, 실은 목적이 있었다. 차마 정주해 감당하기에는 벅차디 벅찬 설움, 아픔을 외면하거나 떨쳐내 보려는 허튼 몸부림의 일환이 목적이라면 목적이겠다. 그러니 부르는 노래들도 하나같이 서러울 수밖에. 그럼에도 '올 여름 혼자 어때, 둘이 어때, 셋이 어때'하며 호객하는 경박한 CM송과는 비교도 안 될 여행 유발 노래라고 나는 자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