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07)

by 김대일

('나그네' 하면 떠오르는 시는 단연 박목월의 <나그네>이다. 그 시를 두고 시인이 언어 경제를 이룩한 최고의 경지라고 찬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군더더기없는 간결한 시어로 달관한 인생을 참 멋지게 표현했다.

조지훈이 보낸 <완화삼>이란 시의 답시란다. 실제로 이 시의 부제로는 '술익은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지훈에게'라는 대목이 붙어 있다. 한국 현대 문학에 길이 남을 화답시라니까 내친 김에 <완화삼>까지 함께 감상해 보자.

한평생 살면서 외우는 시 한 수 없다면 그 얼마나 삭막한가. 어디 좋은 데 가거들랑 미친 척하고 <나그네> 한번 읊어 보시라. 혹시 아는가. 그간의 당신 아닌 새로운 면모에 반할 사람이 생길지.)​


​나그네

(술 익은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 지훈에게)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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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삼

(목월에게)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우름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은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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