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벌어졌던 백년전쟁을 설명하는 한 팟캐스트 진행자는 백년전쟁이 종결되는 시점에 관한 사안이 역사적으로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좀 더 깊게 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첨언했는데 그 내용이 사뭇 진중하게 다가왔다. 매사에 피상적이라 가식적일 수밖에 없는 못된 버릇이 있다고 일전에 고백했던 나로서는 그 진행자의 말이 뼈를 때리면서도 자꾸 곱씹게 된다. 그 대목을 소개하면서 혹 스스로 뭔가를 깊이 안다고 여기는 자는 정말 자기가 깊이 알고나 있는지 잠자코 숙고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학문적으로 백년전쟁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바로 이 백년전쟁의 끝이에요. 그래서 백년전쟁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백년전쟁 사이에서 인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된 건가 이런 것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 좀 더 깊은 역사학이에요.
일반인들은, 감히 제가 일반인이라고 얘기를 할께요. 스윽 듣고 아 그 사람 뭐 아주 얕게 그냥 얘기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아 그 책 뭐 그 수업, 그 콘텐츠 굉장히 얕게 그냥 본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사실은 그 양반들한테 물어보잖아요? 도대체 뭐가 깊고 뭐가 얕은 거냐 물어보면은요, 아무 것도 몰라요. 그런데 그냥 함부로 쉽게 얘기해요.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면 깊고 얕고가 뭔지 아십니까? 과거 전문세 때 꽤 얘기를 했었습니다. 뭐냐면, 지가 좀 알고 있잖아요? 아는 것 들으면 얕은 거에요. 지가 모르는 거 듣잖아? 그러면 또 깊은 거야. 그러면 방금 들어서 또 알게 됐잖아요. 또 몇 달 뒤에 얘기하잖아, 알게 된 거 얘기하잖아 그럼 또 얕은 거야. 얼마 전까지 깊은 거였는데 (지가 좀 들었다고 해서) 나중에 또 얕은 거 되는 거에요.
전혀 그런 게 아닙니다. 깊고 얕은 것은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얼마나 더 분석을 많이 했느냐, 다른 이론과 다른 시각과 수많은 통섭적인 지식을 갖고 어떻게 분석을 했느냐 이런 것이 깊은 거에요.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수학이 얕고 고3 때 배운 수학이 깊고 이거 아닙니다. 지금요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영재반엔 고3 수학 푸는 애들도 있습니다. 우리 상식 같았으면 깊어서 잘 못해야 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에요. 기계적으로 그것을 푼다고 해서 깊은 사고가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뭔가 부족하다는 거죠. 그래서 깊은 생각이 따라가는 것이 깊은 거에요.
시간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순식간에 안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그것이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 남들 한 시간에 할 거 하루종일 해서 알면 어떤데?
(...)
우리가 알고 있는 간단한 사안이 어떤 학자들은요 이거 평생 연구해서 그것에 대한 결론을 낸 걸 우리는 한 숟가락으로 훅 떠먹는 거인지도 몰라요. 그래서 우리한테는 간단한 거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연구한 그 노교수는 자기한테 이것보다 깊은 게 없는 거야. 그래서 심천에 관한 문제는요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사안입니다. (팟캐스트 [휴식을 위한 지식-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허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