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 전쯤 일광만 학리 방파제에서 먹은 말미잘매운탕이 참 별미였다. 그 해 장마가 걷히고 역병이 기승을 부리기 직전일 즈음 예정됐던 ROTC 선후배 모임이 요행히 성사가 되었다. 여덟 참석자 대부분과 오랫동안 격절했었다. 만난 김에 그간 회포를 몽땅 풀 요량으로 술잔을 치면서 끊임없이 너스레를 떨었다. 예전에 분명 들었을 법한 얘기가 금시초문인 양 새롭고 흥미로웠으며 듣다 보니 '아하, 그거!' 하며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를지언정 다시 들어도 재미졌다. 사반세기가 넘는 인연을 무시하지 못하는 까닭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면 몇 번을 더 만나겠나?”
회동의 수장 격인 B형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머금고 던진 말은 차라리 예언이었다. 학창시절로부터 사회 초년생 때까지 뻔질나게 이어지던 만남이 귀밑머리가 파뿌리처럼 희끗희끗해지는 중년을 거치면서 각자의 사정으로 점점 여의치 않아지면서 흡사 버킷 리스트에 올려 놓고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일로 희귀해져 버렸다. 아마 그때 나는 속으로 계산이란 걸 해봤을 게다. 운 좋게 매년 만난다 치더라도 앞으로 끽해야 서른 번? 마흔 번? 마실 오가며 만나는 이웃사촌이 아니니 그 횟수라는 것이 참으로 귀하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여 오늘의 이 만찬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했으니 단 일 초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고 굳게 다짐하자 그날 나는 몹시 대취했다.
B형의 예언은 얼추 적중한 셈이다 아직까지는. 3년이 지나도록 그날 만났던 여덟 명 가운데 B형 말고 다시 조우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3년이란 시간이 짧다면 짧고, 우연히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면서 재회의 의지조차 흐리마리해지면 3년은 금세 30년으로 불어나 종국에는 3년 전 그날이 마지막으로 본 날이 되고 말지 모를 일이다. 장마가 진 여름날, 세상은 눅눅하고 마음마저 우중충해졌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맛까지 달아나 버렸다. 불현듯 3년 전 얼큰한 말미잘매운탕이 떠올라 일광만으로 나가 볼까 하다가 제아무리 별미인들 혼자서 무슨 맛으로 먹을까 싶어 그냥 관뒀다. 식욕 없는 걸 날씨 탓으로 돌렸지만 실은 외로워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