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by 김대일

말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낱말이건 구절이건, 순우리말이건 한자어건 따지지 않는다. 생경하면서 말맛이 사는 거면 닥치는 대로 일단 모으고 본다. 대학노트에 끄적거리기도 하고 앱 메모장에도 한가득하다. 요는 쌓아만 두지 활용할 줄을 모른다는 게 맹점이다.

모아둔 말을 내 기억 창고에다 구미에 맞게 분류하는 방법을 갈구한다. 어떻게 분류시켜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에 자꾸 기웃거리게 되는 게 2021년 4월 작고한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독서가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생전 지식 차트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지식의 종합을 구상한 다치바나식 지식 차트를 모아 놓은 말꾸러미 정리에 적용시키는 건 영 어울리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에게 최적화된 지식 분류 체계를 완성시키려 한다는 지식 차트의 취지에는 크게 공감하는 바이자 거기에서 어떤 영감을 얻으려는 건 사실이다.

지식 분류 체계라고 하니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실상은 관심 분야를 제 구미에 맞게 나름대로 도식화함으로써 일종의 셀프 지식 차트를 완성하는 게다.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으로 구축시킨 차트 속 지식이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지식 간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지적 토대를 이뤄내는 것,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턱찌끼'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1) 먹고 남은 음식

2) 어떤 대상에 빌붙었을 때 받는 혜택이나 이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전적 의미다. 비슷한 말로 '턱찌꺼기, 떡고물, 잔반, 찌꺼기'가 있다. 이 말을 가장 흔한 분류 방법인 명사라는 품사적 분류로 묶는 데 그친다면 좀 밋밋하다. 밋밋한데다 감흥까지 없어 도통 상기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활용하기는 더더욱 난망하다. 따라서 연관 서류들을 따로 모아둔 서랍에서 필요 서류만 쉽게 꺼내듯 '턱찌끼'라는 말의 특성을 각인시킬 기발한 분류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게다가 본래적 의미인 1)보다는 비유적 의미인 2)로 쓰는 게 말맛을 살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하면 활용하는 데 있어 '떡고물'과의 안배도 분류 체계 속에 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럴 때는 '턱찌끼'를 쓰고 저럴 때는 '떡고물'을 쓰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말을 모으는 그 자체로 지적 포만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생긴 지적 포만감은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내면화되지 않은 지식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았으면 써먹어야 한다. 그러자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대체 그 방법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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