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6주 적금

by 김대일

마누라는 최근에서야 인터넷 전문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면서 최초 가입 금액에 따라 매주 납입 금액이 자동으로 증액되는 '26주 적금' 계좌도 텄다. 그런데 공치사가 너무 심하다. 티끌 모아 태산을 몸소 실천하는 자기를 본받으라면서. 가소롭기 짝이 없다.

2016년 그 은행이 세워지고 이듬해에 이미 계좌를 개설한 나는 내 선에서 해 볼 수 있는 것들은 거진 다 해 봤다. 수중에 남아돈다 싶으면 푼돈일지언정 자유적금에 일단 집어넣고 보는 애살을 보였고 2천 원으로 시작한 26주 적금을 완납한 적도 있었다. 백 원 단위 아래 자투리 돈을 따로 여투는 일명 저금통 상품을 가입해 유지 중이고 얼마 안 되는 여유자금이지만 세이프박스라고 해서 계좌 속 금고에 따로 저장해 두고서 따박따박 이자를 받고 있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작년 봄부터 장장 6개월에 걸쳐 하루도 안 빠지고 3천 원씩 불입해 마누라 생일에 맞춰 만기금을 타 그걸로 마누라 생일상을 차리고 빳빳한 현금으로 빵빵해진 돈봉투를 생일 선물로 들이밀며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라며 호승심을 부린 전력까지 있다. 그런 내 앞에서 어디 감히 생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누라는 오히려 역정을 낸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아무 것도 없지 않냐면서 말이다(세이프박스까지 다 까발릴 만큼 내가 미련하진 않다). 이런 걸 적반하장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억울하고 속상했다. 해도 욕 먹고 안 하면 더 욕을 먹으니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마누라 행상머리가 하도 빈정 상해 그길로 26주 적금을 질러 버렸다. 가입 금액 3천 원으로 시작하니까 다음 주는 6천 원, 다다음 주는 9천 원…, 그러다 마지막 주에는 6만 9천 원으로 절정에 치닫는데 예상컨대 15주가 넘어가면서부터 아마 매주 숨이 턱턱 막힐 게 뻔하다. 아무튼 만기 원금만 1백 5만 원 가량 되니 적지 않은 목돈이다. 가입하고 얼마 뒤 저녁을 먹다가 나도 26주 적금 가입했다고 포효하듯 선언했다. 마누라가 얼마로 시작했냐고 물어서 3천 원이라고 대답했더니 암산이라도 하듯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26주 뒤에 반지 맞추면 되겠다면서 "요긴하게 쓸게" 설레발을 친다. 죽 쑤어 개 주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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