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로저 스페리 교수는 분리뇌 증후군 환자의 좌뇌와 우뇌가 서로 다른 의식을 갖고 별개의 자유의지를 수행함을 보여주었다. 죄뇌와 우뇌가 행동하는 양상을 관찰하면 눈에 띄는 점을 볼 수 있는데, 우뇌가 제공하는 정보가 없을 때 좌뇌는 자신이 수행한 행동에 대해 일관된, 그러나 틀린 설명을 지어내서 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앉아 있는 환자의 우뇌만 볼 수 있는 왼쪽 시야에 ‘걸으시오’라는 명령어를 보여준다고 하자. 환자는 이 명령을 보고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왜 걷는가’라고 물으면, 환자는 ‘모르겠다’고 답하는 게 아니라, 예컨대 ‘물을 마시려고’라고 분명하게 답한다.
환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걸으시오’라는 명령에 반응해 걷는 상황에도 환자는 분명히 ‘물을 마시고 싶어 걷는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우뇌에서 걷는 이유에 관한 적절한 정보를 건네받지 못한 좌뇌의 의식은 행동에 대해 스스로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그러고는 자신이 걷는 행위를 지시했다고 ‘착각’한다. 이밖에도 비슷한 여러 사례를 제시하는 스페리 교수의 연구는 의식 능력에 대해 우리가 어쩌면 과대평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뇌 과학’이 묻는다 “나의 자유의지는 ‘나의 것’인가?”>, 한겨레, 2013.07.16)
히가시노 게이고의 「속죄」(이선희 옮김, 바움, 2007)는 분리뇌 수술을 받은 남자의 피아노 배우기를 그린 단편소설이다. 위에서 설명한 로저 스페리의 학설이 주 소재다.
소설은 가전업체 설계과장으로 일밖에 모르는 중년 남자가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피아노를 배워 마침내 연주 발표회에 선다는 줄거리다. 우연히 스페리의 연구를 보게 된 남자는 일밖에 모르던 자기 인생에 대해서 우뇌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뇌와 접속하고 싶었고 저명한 뇌의학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하던 직업을 알아냈다. 그의 우뇌는 피아니스트가 되길 원했던 것이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강사가 그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자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랫동안 한 남자의 마음을 짓밟았습니다. 속죄하고 싶습니다."
과연 나는 내 자유의지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 자유 의지라는 게 있긴 한 걸까. 혹시 행동의 주체가 아니라 행동의 부산물이 인간의 의식이라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