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10)

by 김대일

한 여자의 육체

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옮김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너는 세계처럼 벌렁 눕는다.

내 거칠고 농부 같은 몸은 너를 파 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고,

밤은 그 강력한 침입으로 나를 엄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벼리고

내 화살의 활처럼, 내 투석기의 돌처럼 벼렸다.

그러나 이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피부의 육체, 이끼의, 단호한 육체와 갈증나는 밀크!

그리고 네 젖가슴의 잔들! 또 방심(放心)으로 가득찬 네 눈!

그리고 네 둔덕의 장미들! 또 느리고 슬픈 네 목소리!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내 갈증, 끝없는 내 욕망, 내 동요하는 길!

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하상(河床)이 흘러내리고,

피로가 흐르며, 그리고 가없는 슬픔이 흐른다.​

(영화 <Il Postino>에 나오는 'Mi mancherai(당신이 그리울 거예요)'를 배경음악으로 깔고서는 네루다의 시를 읊어 본다. 그렇게 네루다와 교감하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hLU_sexiTQw



작가의 이전글냉장고 속 비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