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제 몸에 얹혀 산 지 14년째라고 했다. 우락부락한 덩치에 비해 면상에 앳된 티가 자르르한 문신 손님한테 에두르지 않고 곧장 연식을 물고 늘어졌다.
- 스물아홉 먹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 속을 뒤집어 놓았죠.
온몸이 도깨비 문신으로 시푸르뎅뎅하면 불편하지 않냐고 또 물었다.
- 불편하죠. 어린 마음에 괜한 짓 한 거죠.
사람들로 붐비는 유흥가를 짧은 티를 입고는 도저히 걸어 다니질 못한다. 드러내고 다니다간 주변이 두 갈래로 쩍 갈리는 게 모세의 기적이 따로없다. 멋모를 적엔 으쓱했지만 나이가 드니 창피하기 바쁘댔다. 장가는 갔냐고 내처 물었더니 5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자친구는 도깨비를 어떻게 생각할까.
- 처음 사귈 때는 별로 개의치 않더라구요. 근데 결혼 얘기가 슬슬 오르내리니까 자꾸 걸리나 봐요. 부모님이 도깨비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까 걱정스러워서.
여자친구 부모님을 뵌 적이 있는데 소매 긴 셔츠를 입고 갔댔다. 뙤약볕이 작렬하는 한여름인데도. 비지땀, 구슬땀, 식은땀, 마른땀 땀이란 땀을 바가지로 흘린 덕택에 도깨비 실체를 겨우 감추긴 했지만 앞으로 첩첩산중이라고 한숨을 푹 쉬었다. 도깨비를 새기고 사는 사람의 남모를 비애다.
지우자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기생하는 도깨비를 방생하자니 적잖은 비용이 들어서 문제지. 기천만 원을 호가하는 목돈이 필요하다. 새길 때 없앨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불찰이다. 문신 지우기는 돈보다 더 큰 고통이 뒤따른다.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손가락에 새긴 콩알만 한 것들을 시험 삼아 지워봤다. 레이저로 지진 부위가 이스트로 구운 빵마냥 부풀어 올랐다. 부풀어 오른 부위가 화상 입은 듯이 화끈거리고 쓰라려 아주 혼났다. 작은 게 그럴진대 하물며 온몸을 다 지지자면 일상을 다 반납할 각오를 해야 한다. 돈도 잃고 직장도 잃을 판이다. 다른 건 다 잃어도 여자친구는 잃기 싫은 스물아홉 살 청년은 그럼에도 도깨비 지울 결심만은 변함이 없다. 이럴 거면 왜 새겼냐고 따지듯 물었다.
- 그러게 말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보는 사람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애벌레들의 안상문眼狀紋이나 경악색驚愕色과 다를 바 없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는 "돈이나 권력이 있든지 그렇지 못하면 하다못해 주먹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하되 정곡을 찌른 달관을 서투른 문신은 이야기해준다고 말씀하셨지만, 요즘 문신은 세련되고 요란할지언정 달관하고는 한참 거리가 먼 철없는 객기일 뿐이라 탐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