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득 본 경험

by 김대일

살면서 글로 득 본 적이 두 번 있다.

중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지역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넣었다가 덜컥 채택이 되어 소정의 고료를 우편환으로 받았다. 얼마짜린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중학생이 용돈으로 받기에는 액수가 제법 두둑했음 직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글로 돈을 벌 수도 있다는 걸.

다음은 대학 1학년 2학기 때다. 여름방학 중에 주유소에서 한 달 가량 일했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짧은 소설을 썼었다. 소설가 지망생의 자발적 습작은 아니고 숙제로 내야 해서. 당시 다니던 국어국문학과 1학년 2학기 전공 과목 중에 문장연습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시, 소설, 희곡 따위 현대문학 장르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접하면서 수강생이 직접 창작까지 겸해 그 실습 점수를 학점에 반영했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2~30매 정도로 짤막했지만 나름대로 용을 썼다. 주유원으로 함께 일하던 고참 셋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행각을 르뽀 형식으로 서술했다.

당시 고아한 자태를 뽐내던 담당 여자 교수는 선머슴같은 남학생들한테 유독 시니컬했다. 그런 교수가 내 소설 과제물에 'A+'를 줬다. 첨언한 감상평은 뜻밖의 평가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신선한 글감, 밀도 높은 내용 전개가 나무랄 데 없지만 맞춤법은 엉망진창이라면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안배했다. 그깟 'A+'로 우쭐한 나머지 기고만장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는지 '+' 표시를 지우는 줬다 뺐는 신공을 시전하는 것으로 극진한 제자 사랑을 드러내긴 했지만(과제물을 되돌려받았을 때 이게 뭔가 싶었다. 아예 칼로 긁어내 확실하게 지워 버리든가 해야지 가뜩이나 빨간펜으로 써놓았던 데를 화이트로 어정쩡하게 지우면 대번에 표가 날밖에) 쓴 글이 후한 평가를 받았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는 꽤나 고무되었다. 희곡 장르를 공부할 무렵에는 당시 과 연극 동아리 부원으로 활약하던 내가 희곡 물색, 연기지도 및 출연, 연출까지 도맡아 실습 무대에 올리는 열정을 불살랐음에도 최종적인 학점이 'B+'도 아닌 'B'에 불과해 서운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들인 공에 비해 피드백이 박하니 득을 봤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진심인지 장난인지 모호하긴 해도 담당 교수가 밝힌 짧지만 강렬한 소감은 평생 잊지 못할 찬사로 뇌리에 단단히 박혀 여전히 들뜨는 걸 보면 득을 아주 안 본 것도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표현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까닭이겠다.

글을 써서 득을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 그게 돈이라면 보너스도 그런 보너스가 없겠다. 하지만,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한 확고부동한 초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즐겁고, 내가 고무되며, 내가 변한다면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돈, 명예는 부차적이다. 그것이 내가 없는 머리를 쥐어짜내면서까지 글쓰는 데 매달리는 까닭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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