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라고 누가 운을 떼면 할까 말까 그토록 갈등하는 그 '말'이 죽도록 궁금하다. 혀끝에 감칠맛이 도는 곡절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좀 밍밍하다손 업수이 여길 계제가 아니다. 고명 없다고 냉면 맛이 없다는 소리는 여태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 염려일랑 붙들어 매시라.
솔개 어물전 돌듯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는 건, 상대방이 씨부리고 싶어 미치겠는 그 말의 내력, 즉 일정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까닭이 되겠다. 일정한 숙성과정이 거치는 동안 과도한 첨삭으로 인해 작위적인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되니까. 엑기스를 쪽쪽 뽑아먹을 청취력으로 나름 무장되어 있으니 역시 염려일랑 붙들어 매시라.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이. 말을 할까 말까 입술만 연신 달싹이는 사람을 어떻게든 야룬 뒤 그 입을 열게 하는 순간, 이 세상에 유일무이하고 전무후무하며 흥미진진하고도 기상천외한 그(혹은 그녀)만의 비화가 펼쳐진다.
소설, 영화보다 더 흥분되는 의외성이 숨어 있는 장삼이사의 사연은 그야말로 평범 속의 비범이다. 그 뜻밖의 즐거움으로 해서 지루하고 편협한 일상은 잠시나마 일탈을 꿈꾼다. 별쭝난 얘깃거리가 손님 입에서 튀어나오자마자 머리를 깎다 말고 귀를 쫑긋 세우고선 의뭉스럽게 묻는다.
"그래서요?"
그 뒤로는 일사천리다. 메모장에 고이 모실 에피소드 한 건 건진 일진이 괜찮다. 오늘도 나는 내 점방에서 이렇게 놀고 자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