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도로주행 시험

by 김대일

큰딸 도로주행 시험이 오늘 잡혀 있다. 큰딸이 시험을 볼 도로주행 4개 코스(시험에선 그 중 하나를 랜덤으로 뽑음)를 지난 주 쉬는 화요일, 어제 쉬는 화요일 이틀 동안 돌고 또 돌았다. 도로 사정이랄지 주행시 유의할 점을 큰딸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아 주느라 진이 다 빠졌다.

입이 닳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는데도 큰딸은 영 자신없어 한다. 아빠를 빼다박은 길치라 도로 외우는 데도 머리털을 쥐어뜯는 걸 보니 싹수가 잘 안 보이긴 하더라. 그보다는 1년 전 도로주행 시험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그녀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도로주행 시험을 시작하자마자 불합격 처리가 되어 불명예 하차를 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 가차없이 불합격 처리된 건 물론이거니와 어질디 어진 도로주행 시험관의 인내심까지 시험하려 들자 강제 하차된 게 분명하다. 큰딸 얘기만 나올 적마다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큰딸 사고방식은 식구 구성원과는 좀 다른 차원이라서 일명 '또라이'로 불린다. 사차원 기질이 다분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유쾌해서 다들 이뻐라 한다. 그런 또라이조차 쫓겨날 정도면 당시 험악한 상황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운전에 재미들렸을 때 땄어야 했는데 도로주행 말아먹었다고 1년 간 손 놓고 있다가 다시 운전대를 잡으려니 조작법이 도통 안 떠오른다고 남 일인 양 건조하게 지껄인다. 우려스럽다. 도로주행 코스가 늘상 나다니는 해운대 신시가지인데도 왜 이다지도 생경한지 모르겠다며 마치 처음 온 동네 구경하듯 신기해한다. 이 또한 우려스럽다. 눈앞에 닥친 시험으로 심신이 매우 불안정할 터인데도 별안간 안면이 싹 바뀌더니 펜싱하는 제 동생 등하교는 자기한테 맡겨 달라는 공약을 남발하며 '이참에 차도 바꿀까요?' 떠드는 그 설레발이 여간 우려스러운 게 아니다.

제발 시험부터 합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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