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덕담

by 김대일

짧은 연휴나마 편안하게 잘 쉬기 바란다. 행복한 추석되기 바랄께.


​ 추석 연휴 사흘만 쉰다는 내 글을 읽고 인도네시아 귀신이 다 된 용이가 보낸 메시지다. 용이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용이는 '인도네시아 완전 촌동네 개깡촌'에 처박힌 지 5년쯤 되었다. 첫 직장이었던 신발 만드는 회사에서 회장 영감 마름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십수 년을 헌신하다 신발 만드는 다른 회사 중역으로 적을 옮겼을 때 다들 영전이라며 부러워했지만 그들은 모른다. 그간 녀석이 감내해야 했던 숱한 고충을. 하지만 녀석은 특유의 낙천성을 발휘해 과거와 현재를 쾌도난마로 구분지은 뒤 홀연히 인도네시아로 떠나 현지 공장을 짓는 책임자로서 역병이 창궐한 와중에도 공사장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완공에 박차를 가했고 지금은 공장 가동을 책임지는 총괄 매니저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일상의 좌표를 잃고 표류하던 내 뒷덜미를 꽉 붙잡아서 현실이라는 링 위로 다시 집어넣어 치열하게 맞부딪치게 독려하던 녀석이 부산에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때때로 녀석이 타전하는 메시지는 가뭄의 단비처럼 나를 진작시킨다. 2년 전쯤이다. 녀석이 듣도 보도 못한 알파벳 덩어리를 메시지랍시고 툭 던졌다.


setiap hari semangat!


세상이 좋아져 번역기로 돌렸더니 '매일 열정적으로!'라는 뜻이었다. 상습적으로 침울해하고 회의적인 나를 격려하는 수작이었다. 어쩌면 녀석은 내 부모, 내 마누라 만큼 나를 속속들이 아는지도 모르겠다.

바다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뜰 게 뻔한 녀석의 입담이 그립고 앞뒤 안 재고 '일단 고!'부터 외치는 녀석의 저돌성이 또한 그립다. 세속적인 성공뿐 아니라 인간적인 성숙이란 지향점을 향해 우직하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녀석을 위해 돈 안 드는 추석 덕담 외에 줄 것이 없다.


​ 용아!

넌 항상 명료해서 가는 길이 어둡지 않다.

넌 항상 올차서 담대하게 발걸음을 옮길 게다.

하여 날마다 오늘은 찬란한 내일을 이끌어 내는 마중물일지니,

매일 열정적으로!

​setiap hari semang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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