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적심
오탁번
혼자 아침을 먹는데
국어교사를 하는 옛 제자한테서
오랜만에 전화가 온다
술적심도 없이
쥐코밥상으로 아침 때운다며
엄살을 떠니까
어마나, 아침부터 술 생각나느냐며
호호 웃는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마른 입을 쩝쩝 다신다
술적심은 술이 아니라
숟가락을 적실 국이나 찌개 같은
국물 있는 음식이야!
또박또박 가르쳐 줬는데도
또, 어마나, 호호 웃는다
이놈 넌 F다!
(오탁번 시는 별일 아닌 걸 별일로 만드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해학적이고 토속적인 우리말까지 더하니 이 아니 정감이 어릴까. 글을,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시인을 통해 새삼 절절하게 깨우치게 된다. 무엇이냐고? 읽기 쉽게 쓰고, 읽는 이가 공감하게 써야 하며, 조용한 파문이 일어야 글답고 시답다.
오탁번 선생(1943~2023)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