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119)

by 김대일

술적심

오탁번


​ 혼자 아침을 먹는데

국어교사를 하는 옛 제자한테서

오랜만에 전화가 온다

술적심도 없이

쥐코밥상으로 아침 때운다며

엄살을 떠니까

어마나, 아침부터 술 생각나느냐며

호호 웃는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마른 입을 쩝쩝 다신다

술적심은 술이 아니라

숟가락을 적실 국이나 찌개 같은

국물 있는 음식이야!

또박또박 가르쳐 줬는데도

또, 어마나, 호호 웃는다


​이놈 넌 F다!


​​ (오탁번 시는 별일 아닌 걸 별일로 만드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해학적이고 토속적인 우리말까지 더하니 이 아니 정감이 어릴까. 글을,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시인을 통해 새삼 절절하게 깨우치게 된다. 무엇이냐고? 읽기 쉽게 쓰고, 읽는 이가 공감하게 써야 하며, 조용한 파문이 일어야 글답고 시답다.

오탁번 선생(1943~2023)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작가의 이전글아나키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