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로 GO! GO!

by 김대일

마누라는 세부와 푸켓을 착각했다. 우리가 갔던 신혼여행지가 태국 세부 아니냐 물어서 황당했다. 푸켓이랬더니 푸켓은 필리핀에 있는 데고 우리가 간 나라가 태국이었으니 세부 아니었냐는 거였다. 하기사 세부나 푸켓이나 동남아 거기서 거기니 태국인지 필리핀인지 헷갈릴 만도 하다.

며칠 전서부터 세부를 입에 달고 산 마누라였다. 그러는 까닭이 있다. 학교 졸업하자마자 상경한 마누라가 사회 초년생 시절 직장에서 맺은 인연들이 아줌마가 되어서도 면면히 이어질 수 있었던 건 계 모임 덕분이었다. 이름하야 '서울 중앙 계'. 여투어 둔 곗돈으로 가 볼 만한 국내 여행지를 섭렵하고도 'I'm hungry!'를 외치던 계주가 큰일 내는 셈 치고 호기롭게 밀어붙인 게 올 6월 괌 여행이었다. 허나 운때가 안 맞았는지 슈퍼 태풍 마와르가 직격한 괌이 일순 초상집 분위기로 돌변하자 일정이 취소되어 버렸다. 일단 뱉었으면 주워 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계주는 닥치고 전원 참석(10명)을 못박고는 공휴일이 많은 10월을 적기로 삼아 다시 밀어붙인 게 바로 세부 패키지 여행이었다.

직장인이라면 오늘 하루만 휴가를 내면 10월6일부터 9일에 이르는 3박4일 일정에 큰 무리가 없다. 9일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되었으니 잘 노린 셈이다. 하지만 엿새로 제법 길었던 명절 연휴에서 돌아오자마자 해외여행 가겠다고 다시 자리를 뜨는 게 염치가 없어 보였는지 마누라는 임시공휴일이었던 2일 출근해 8시간 동안 꼬박 잔무를 처리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열외 없이 모두 가야 한대서 가긴 하지만 마음이 영 불편하다며 궁시렁거렸다. 그런데도 거울 앞에서 이 옷 저 모자 걸치면서 기분이란 기분은 다 내고 앉았다 가증스럽게도.

패키지 여행이라고 하니 리조트 한 군데 잡아놓고 호구를 상대로 하는 잡화점이나 돌아다니는 일정이 다겠지만 마누라는 해외 여행 그 자체에 한껏 들뜬 듯하다. 일상 탈출이 주는 해방감만으로도 이번 여행을 십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마누라임에 분명하다. 그런 마누라가 싫지 않다. 그리고 내심 기대한다. 여행을 다녀온 뒤 한결 후련해진 기분으로 두 딸과 남편을 대할 마누라를 말이다.

마누라는 어제 평소처럼 출근했다. 정상 근무를 한 뒤 저녁 KTX 편으로 서울로 향했다. 지방에 사는 계꾼 몇몇은 전날 미리 상경해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본진과 합류하기로 했다나. 마누라는 지금쯤 아마 서태평양 상공을 날으는 비행기 안에서 계꾼들과 희희낙락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왕 간 김에 여한없이 즐기다 오시길. 제발 망고 말린 거는 사 오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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