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怜悧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 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帝釋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
(들먹이기도 역겨운 고은이 쓴 시를 김민기가 노래로 만든 <가을편지>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을 때, 시인도 시인이지만 그 시를 노래로 승화시킨 작곡가와 가수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그럼 송골매도 그 축에 들까? 내 대답은 '물론!'이다.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를 부르는 주체는 남자다. 그것도 로커가. 소월이 쓴 시가 잃어버린 것들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절절해하는 여자가 화자라면 노래는 그 절절함에 더해 차라리 초탈한 남자의 절규로 느껴진다. 시를 전복시켜 반전을 꾀하려는 수작이 농후한 노래는 시보다 더 설득적일 때도 있다.
하고 보면 소월 시가 록 스피릿과 제법 잘 어울리기도 하다. <진달래꽃>만 해도 마야처럼 불러제껴야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란 반어법이 진정 완성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