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 중독

by 김대일

2년 전 이맘때나 달라진 게 없다. 유투브에 관한 한. 오히려 더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는 것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은 개떡같은 시대상을 회피하려는 나를 부추기는 데 점점 능란해졌다. 열기 전까진 제법 망설이던 나는 화면이 막상 켜지면 이내 빠져든다. 그게 무엇이든 보고 있는 내내 무아지경이다.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즉 중독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유투브나 마약이나 매한가지다. 하여 나는 유투브에 중독된 채 헤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 저녁 먹고 빈둥거리는 사이 자연스레 유투브를 켠다. 한참을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이제 그만!' 머리는 제동을 걸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천 영상에 홀려 통제불능이다. 그러다 보면 서너 시간 훌쩍 지나가는 일은 예사다. 촌각을 다투거나 요긴한 내용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스포츠 하이라이트, 영화나 드라마 요약, 예능 짤 따위가 대다수다. 간간이 시의성 강한 내용이 불쑥 뜨면 뭔 내용인가 싶어 디다보긴 하지만 일방적이고 편파적이라 취향에 안 맞다. 유투브에 손을 대면 다시는 사람 새끼가 아니라고 혼자 엄포를 놓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저녁 먹고 빈둥거리다 어느새 유투브에 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유투브에 정신이 홀리면 무아지경, 즉 아무 생각을 안 한다. 오로지 화면에 빠져 모든 지각이 정지되어 버리는 몰입감, 나는 정상적인 호모 사피엔스를 포기한 셈이다. 미디어가 없다면 살 수 없다는 호모 미디어쿠스로의 변신은 그래서 씁쓸하다.

유투브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된 정보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되고 그것을 이 세상 진실인 양 믿게 된다. 이는 확증편향으로 인한 불통과 단절을 야기시키고 다름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겨 극단주의로 치닫게 한다. 국내 기성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외신을 인용해 정치, 외교 정보를 다루는 국수주의 성향의 채널, 이른바 국뽕 유투브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를 뺀 나머지 세계를 타자화하는 착각에 빠진다.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교묘하게 짜깁기한 영상과 나레이션을 보고 듣다 보면 지금까지 내가 인식한 것들이 모두 허구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세뇌가 놀랍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은 올해 1월 유투브 앱을 이용한 4,041만명 중 50대 이상이 가장 많은 28.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40대(21.3%)·30대(19.4%)·20대(17.2%)·10대(13.4%) 순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세대의 1인당 월평균 시청시간은 922분으로 조사됐다는 통계도 있다. 50대 이상 세대가 그들의 여가시간을 온통 유투브 시청에 할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투브 시청이 취미가 아니라 바야흐로 일상이 되어 버린 셈이다.

손바닥만한 액정화면에 기댄 채 편파적이고 말초적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걱정스럽다. 절망적인 현실을 아등바등 탈출하려는 몸부림으로 유투브를 택했다면 공허하기 짝이 없다. 유투브에 빠져 있다고 해서 현실이 정지하진 않는다. 생각하는 자체를 잊어버린 바보가 된 느낌, 나만 그런가? 본인이 동영상을 찍고 편집해 유투브에 업로드해 돈을 번다는 이른바 크리에이터는 용어 그대로 창조적인 활동을 하니까 그나마 생산적이라는 면피가 되겠지만 그쪽으로 전향할 게 아니라면 유투브 시청 시간을 과감하게 확 줄여야 한다. 한달 15시간(922분)은 함부로덤부로 날려버리기엔 내 생애에서 꽤나 소중한 비중인 시간들이다.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 무렵이다. 호모 미디어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돌아가야 한다.(2021-10-30)


​ 2년이 지났는데도 호모 사피엔스로 전화轉化하지 못한 나는 무능하다. 남은 거라고는 목 디스크를 염려하는 거북목 증후군뿐.​​

작가의 이전글우김질 최선의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