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금

by 김대일

오늘은 마누라 생일이다. 내일은 막내딸 생일이고. 7월12일 가입한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아직 만기 전이다. 적금 용도가 마누라 생일 축하금이라서 중도해약할까 하다가 수중 쌈짓돈 다 긁어모아 빳빳한 1만 원짜리 신권으로 바꿔 축하금으로 건네고 적금은 만기까지 가져갈 작정이다. 축하금 장만하면서 가랑이가 찢어지는 아픔을 좀 겪긴 했지만.

적금 붓는 걸 아는 마누라가 일전에 적금 타면 값나가는 목걸이나 사야겠다며 설레발을 쳤지만 그 정도까지는 못 준다. 설령 있대도 그따위 것 살 거면 더더욱 다 못 주겠다. 귀금속 욕심은 나이가 들수록 더한다지만 나는 정반대다. 차라리 옷이나 사 입으면 생색이나 나지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그게 금붙이인지 보석인지 알게 뭐람. 그러니 아까울 수밖에. 세상 쓸모 없는 것 중에 으뜸이 귀금속이라고, 금을 돌이랑 동급이라 여기는 보잘것없는 감식안인지라 한 이불 덮고 산 지 20년을 훌쩍 넘었는데도 여태 마누라와 안 맞는다.

귀금속 얘기는 그만할란다. 없는 살림에 분수껏 내미는 선물 축하금이면 할 도리는 다 했다. 봉투에 30만 원 넣었다. 막내딸은 10만 원. 그 돈으로 뭘 하든 관여 안 한다. 작년에도 그랬다. 마누라도 내 생일 때 10만 원 송금하고는 지지든 볶든 알아서 하랬다. 쿨내 진동하는 집구석이다. 선물 축하금 전달은 아마 우리집 전통이 되지 싶다. 깔끔하긴 한데 멋은 별로 없다.

생일날 다 모여서 저녁 먹는 것도 전통인데 올해 마누라와 막내딸 생일상(한번으로 퉁치기로 했다)엔 그런 광경을 기대하긴 난망하다. 아르바이트 가는 큰딸은 시간 내기 어렵다며 미리 통보했고 마누라도 회사일이 밀려 퇴근시간이 분명치 않다. 가까운 고깃집에나 가려 했는데 자칫 막내딸이랑 단둘이서 케이크 불 켜놓고 고기 굽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소고기미역국을 끓여 놓는다. 구색 맞추기용으로나 성의 표현용으로나 미역국만한 것도 없다.

내년 마누라 생일 대비해 지금부터 다시 여투어야겠다. 푼돈 모으는 데는 카카오뱅크 적금이 최고라 따로 또 하나 가입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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