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보기에 영 아니다 싶은 건 없애지만 점방 후미진 데 알뜰살뜰 지은 거미집은 웬만하면 다 놔둔다. 물것들은 보이는 즉시 다 죽이지만 거미는 제 갈 길 가게 길까지 터 준다. 그렇다. 거미를 좋아한다. 언제부터,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까닭없이 흐뭇한 존재가 있기 마련이면 나한테는 거미다. 옛친구와 상봉한듯 바라보면 그냥 반갑다.
점방 차리기 전까지 2년 가까이 알바했던 커트점 남자 화장실엔 거미가 살았다. 커트점 원장이 여자라 남자 화장실에 신경이 덜 가는 틈을 타 녀석은 유리가 깨진 창틀에 제법 널찍한 거미집을 방사형으로 짓고 살았다. 그 녀석 고대광실에서 좀 떨어진 귀퉁이에는 녀석보다 덩치가 한참 밀리는 다른 거미 한 마리가 역시 거미집을 짓고 살았지만 작고 성글었다. 꼭 새끼한테 집 짓는 법을 가르치는 아비인 양 둘은 공생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거미집부터 찾았다. '밤새 안녕?' 안부 물으려 한달음에 달려가지만 어디로 숨었는지 안 보이던 녀석이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무렵엔 거미집 한 가운데에 떠억하니 왕처럼 군림하고 앉았다. 공사가 다망한 줄은 알겠는데 너무 비싸게 구는 성싶어 얄미웠다. 하지만 품값 받는 나나 곁방살림하듯 거미집 짓고 사는 녀석이나 남의 집에 얹혀 살기로는 처지가 어슷비슷해 애틋한 동지애마저 느껴졌다. 오줌 누다 말고 이런 내 마음 너는 알기나 하냐며 중얼거리면 거미 녀석 쥐 죽은듯 잠자코 있었다. 그 묵묵함까지 마음에 들어 뭐라도 하나 건네주고 싶어졌다.
하루는 손님 머리를 감기고 주변을 정리하다 모기 한 마리가 앵앵거려 손으로 툭 쳤는데 나자빠졌다. 꿈틀거리는 걸 손바닥으로 압살시키려다 집어서 바로 화장실로 갔다. 물것을 거미줄에 갖다 대니 그대로 달라붙었다. 거미줄이 출렁 요동을 치자 녀석이 놀란 듯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가 싶더니 이내 먹잇감인 줄 눈치채고 웬 떡인가 싶게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거미줄로 물레 돌리듯 칭칭 감았다. 제 덩치만한 걸 득템했으니 그날은 폭식하는 날이었으리라. 내가 다 뿌듯했다.
아침에 거미를 보면 근심과 걱정이 생긴다? 동요 속에 나오는 이 말은 거미 자체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으며 실 잣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일 뿐이다. 옛날에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침 일찍부터 실을 잣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상식의 오류사전 3』, 발터 크라머 외, 박정미 옮김, 경당)
『서경잡기』란 옛날 책에 '아침 거미는 기쁨, 저녁 거미는 도둑'이라고 적혀 있다는데 거미를 대하는 태도가 동서양이 정반대다. 고로 둘 다 뻥이란 소리. 아침에 보건 저녁에 보건 자주 봐서 기분이 좋아지면 그만이다. 서로 친구 먹으면 나타나는 감정이기도 해. 거미 녀석은 알는지 모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