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박승우
물통을 들다가 중심이 무너졌다
허리는 구부정해지고
모든 길들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구부정해진 허리를 세우려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부러진 곳은 없는지 x-ray를 찍었다
통증이 허리를 지배하는 동안
조심스럽게 걷고 통증을 피해 누웠다
허리가 모든 것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요통이 나를 끌고 다니는 길에서
문득 생각해 본다
통증도 없이 구부정해진 생각이
나를 구부러진 길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의 척추를 세우는 일에
너무 게을렀던 것은 아닐까?
(그제 새벽 일어날 때 이미 낌새가 심상찮았지만 뻐근한 게 하루이틀이랴 등한시했는데 그게 사달이 났다. 허리야 늘 마치지만 그제는 운신하는 자체가 버거웠다. 엉치 부위에 통증이 심해 오른쪽 허리를 손으로 받치지 않으면 서 있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소염 진통제를 사다 먹고 환부에 바른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나을 기미가 안 보였다. 처절하다시피 손님을 받아 머리를 깎았으며 온종일 끙끙 앓았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이 불편함, 오래가지 싶다.
혼자서 장사를 하면 아플 때가 제일 서럽다. 아프면 당장 병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당연한 명제를 애써 외면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는 건 자리 비운 사이에 찾을 손님이 염려되어서다. 부재중으로 펑크 난 수입을 벌충해 줄 사람은 없으니까. 설상가상으로 불특정 손님과 맺은 약속을 장사치쪽에서 먼저 깼을 때 생기는 신인도 추락을 감수해야 한다. 문밖에다 영업시간을 달아 둔 게 점방 보기 좋으라고 꾸민 인테리어는 아닐 터.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손님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니 그 무게감이 자못 심각하다. 그렇다고 느닷없이 닥치는 병마를 보고 오라 마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난감하면서 서럽다.
어쩌면 제 몸뚱아리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응보인지 모른다. 하여 '생각의 척추를 세우는 일이 너무 게을렀던 것은 아닐까?'란 구절이 마음을 후벼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