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Nov 19. 2023

시 읽는 일요일(126)

첫눈

    장석주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이루어졌거든

뒤뜰 오동나무에 목매고 죽어 버려라


사랑할 수 있는 이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실패했거든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눈길을

맨발로 걸어가라

맨발로

그대를 버린 애인의 집까지 가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끝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


첫눈이 온다 그대

쓰던 편지마저 다 쓰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들에 나가라


옴몸 얼어 저 첫눈의 빈 들에서

그대가 버린 사랑의 이름으로

울어 보아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사랑한

그대의 순결한 죄를 고하고

용서를 빌라​


   (어젯밤 첫눈이 왔다 부산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같아도 보이는 질량이 다르면 눈인 게다. 함박눈이건 싸락눈이건 간에.  

   새벽에 내린 첫눈을 이고 차 한 대가 지나갔다. 검은색 차 위 희디흰 눈은 무척 이국적이다. 후드티 모자만 덮어쓰고 온몸으로 눈을 맞이하다.

   얼마 만이야!)

작가의 이전글 재수없는 새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