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백 투 더 뮤직>이란 TV 프로에 김성호가 등장하면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김성호의 회상>, <웃는 여잔 다 이뻐>, <풍선>, <나는 문제없어> 등을 작곡한 사람이 그 노래들처럼 서정적이고 건실한 사람이라는 데 퍽 안도했다.
가수와 노래를 동일시하는 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 인물을 분한 배우를 혼동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그럼에도 노랫말과 멜로디에 담긴 정서를 고스란히 가수 그 자체라고 믿어 버린 적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최호섭이 부른 <세월이 가면>이 그랬고 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도>가 그랬으며 고故 박성신의 <한 번만 더>와 김성호의 <김성호의 회상>이 특히 더 그랬다(공교롭게도 뒤의 두 곡은 김성호가 모두 작곡했다). 그들은 사춘기 시절 내 감수성을 무럭무럭 키워준 자양분이면서 겪어 보지 못한 사랑과 이별을 추체험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노랫말 중에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묻는 질문에 '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질 않았네'라고 TV에 17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가수는 선선히 대답했다. 자기가 작사, 작곡을 했으니 노래를 관통하는 뉘앙스를 꿰뚫고 있겠지만 그가 지목한 가사야말로 노래 전체를 아우르는 데 더할 나위 없어서 탁월했다. 노래 제목처럼 지난 일을 돌이켜 보려 하지만(회상) 어떠한 자취도 남아 있지 않다는 상실감이 노래에 애조를 더욱 깃들이게 한다.
실연失戀을 회상하기란 가슴 아프다. 아무리 오래된 옛 이야기가 됐을지라도. 만약 그때 그 사람을 떠올리는 사진 한 장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면 나의 회상은 덜 센티멘털할지 김성호의 회상을 들으면서 잠시 생각해 본다.
김성호의 회상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그녀는 조그만 손을 흔들고/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나의 눈을 보았지 우흠
하지만 붙잡을 수는 없었어/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지만/멀어져 가는 뒷모습 보면서/두려움도 느꼈지 우흠/나는 가슴 아팠어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질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내 맘도 편하지는 않았어/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한두 번 원망도 했었지만/좋은 사람이었어 우흠
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너무 내 맘을 아프게 했지/서로 말없이 걷기도 했지만/좋은 기억이었어 우흠/너무 아쉬웠었어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질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내 맘도 편하지는 않았어/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때로는 눈물도 흘렸지/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질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내 맘도 편하지는 않았어/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