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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Nov 23. 2023

딸 키우는 보람

   기약없는 병수발로 번아웃이 온 부친, 몸 아픈 것도 서러운데 그런 부친 등쌀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당신 팔자가 더 서러운 모친. 뾰족한 수가 없어 그 둘 사이에서 애만 타는 아들. 요즘 내 처지가 그랬다. 

   수습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 전에 잠정적으로 둘 사이를 떼어 놓기로 했다. 임시 거처에서 기거할 동안 필요한 옷가지며 생활용품을 챙겨 모친한테 가는 길에 큰딸이 동행했다. 운전하는 차 안에서 그간 자심했던 마음고생을 털어 놓았다.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비가 늘어놓는 넋두리를 순순히 듣고 있던 큰딸이 위로를 건넨다. 위로란 사람을 달래는 기능이 있으면서 코앞 중대사에만 정신 팔려 다른 한쪽을 등한시하는 편파성을 지적하고 경계하는 효과도 있다. 이를테면,

   "할머니에 대해 엄마가 남일 대하듯 한다고 아빠는 서운해하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기력이 부쩍 쇠해진 시골 외할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런 엄마를 아빠도 이해해야 해."

   여섯 살 터울인 두 딸은 됨됨이가 어슷비슷하다. 요즘 애들답지 않게 남 위할 줄 알고 유순하며 바르다. 가누기 어렵게 마음 휘청거릴 때 두 딸을 보면 수굿해진다. 균형미 넘치는 립서비스를 더하면 딸 키우는 보람은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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