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Nov 22. 2023

돈, 목적 아닌 수단

   한 손님이 돈 잘 버는 아이템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그가 떠벌리는 일확천금 비결은 버는 돈에서 얼마를 떼어내 굴리는 방법이기보다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즉 위험성을 수반한 요행수에 기댄 재테크였다. 머리가 흔들려서 작업을 못 할 지경이라는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떼부자가 되는 지름길을 쉴 새 없이 떠드는 그가 일전에 벌어놓은 10억을 다 못 쓰고 죽을까 불안해 미치겠다며 염장을 지른 산재 판정을 받고 10개월째 가료 중인 청년 손님과 묘하게 겹쳐졌다. 겹치면서 둘 사이 닮은 구석까지 발견했다. 공허함이었다.

   예전 신문 기사가 떠오른다.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는 '자기가 돈을 얼마를 벌면 무엇을 할 것인지 '위시리스트(소원 목록)'을 작성해두는 게 좋다. 목적이 없으면 돈이 생기고 건물주가 되어도 갈수록 삶이 허망해진다. 돈은 소원을 풀기 위한 도구이지, 삶의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한겨레신문사, 2021.08.04). 하기사 말끝마다 돈돈거리는 사람치고 번 돈으로 무엇을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돈을 부동산으로 등치시켜 비싼 땅 위에 올라간 최고급 아파트 사는 걸 포부로 밝힌 이 역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지 그 아파트가 목적으로써 인생에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하여 돈만을 강박적으로 왜자기는 구호는 들을수록 덧없다.  

   "잘 버는 만큼 잘 쓰는 수완도 좀 가르쳐 줘봐요."

   이런 말은 함부로 지껄여선 안 된다. 손님 떨어지는 소리가 10리 밖에서도 들리니까. 하지만 들을수록 가슴이 답답해지는 재테크 강의를 듣다 지친 깎새가 안 해도 될 말을 발설하고야 말았다. 뜨악해진 손님은 이후로 말문을 걸어 잠궜다. 그가 깎새 점방을 다음번에도 들를지는 이후 손님 행동으로 미루어 보면 확률적으로 희박하다. 따따부따하던 자가 태세를 전환해 수굿해지면 볼장 다 봤다는 것쯤은 어리보기인 깎새도 눈치를 챌 만하다. 깎새는 후회했다. 이래가지고서야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건지 원.

작가의 이전글 요금 인상은 신중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