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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Nov 21. 2023

요금 인상은 신중하게

   요금을 올리라고 부추기는 손님들이 제법 많다. 그렇게 들쑤신 이들이 정작 요금 올린 뒤에도 계속 점방을 찾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일이다. 영락없이 팔랑귀일지언정 요금에 관해서만은 신중 모드인 깎새다. 지금 요금이 아주 싼 편이긴 하다. 하여 5천 원 커트값에 1천 원 더 얹는다고 폭리를 취하는 인상이니 폭거를 당장 멈추라며 손가락질할 손님은 많지 않을 게다. 게다가 꼼꼼하게 다듬어 주는 깎새 스타일을 반영한 요금 인상이라면 당위성을 확보하는 데 염려가 없음은 물론이고. 

   하지만 장사치 입맛대로 돌아가는 장사란 없는 법임을 일찌감치 간파한 깎새로서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탐하다 쪽박을 차기 십상인 소탐대실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점방 미래를 위협하는 리스크라는 점에 주목한다. 더 중요한 건 불특정다수 손님과 맺은 계약(요금 결정)을 물가 상승 따위 변수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짓이 과연 상도에 맞는지 냉철하게 숙고하는 게 우선이다.

   여기서 잠깐, 물가가 오르면 덩달아 이발요금까지 올리는 것이 합당한 처사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깎새가 보기에 물가 상승과 이발요금 간 상관성은 별로 없다. 육체적 노동 말고 더 들어갈 게 없는 이발을 두고 원가 부담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손님들로 깎새 혼자서는 감당이 안 돼 일꾼을 새로 뽑는다거나 가악중에 가겟세가 올라가면 그걸 벌충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요금을 올릴는지 몰라도 당장은 건물주가 월세 올리겠다는 말이 없고 직원 데려다 쓸 만큼 일이 밀리는 형편도 아니니 요금을 인상할 계제가 아님을 아는 깎새다. 그러니 요금 올리라고 부추기는 손님 말에 그저 "두고 봅시다'라고만 얼버무릴 뿐이다.

   깎새 점방에서 버스 두 코스쯤에 있다는 단골 커트점이 5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요금을 올린 처사가 괘씸해 대신 깎새 점방을 찾았다는 노인은 격앙해 언성을 높혔다. 볼일 다 마치고 5천 원짜리 지폐를 건네면서 강다짐한다.

   "요금 절대로 올리지 마소."

   이런 장면 연출이 거북한 깎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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