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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Dec 10. 2023

시 읽는 일요일(129)

아내는 안해다 

               오탁번



토박이말사전에서 어원을 찾아보면

'아내'는 집안에 있는 해라서

'안해' 란다

과연 그럴까?

화장실에서 큰거하고 나서

화장지 다 떨어졌을 때

화장지 달라면서

소리쳐 부를 수 있는 사람,

틀니 빼놓은 물컵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생일 선물 사줘도

눈꼽만큼도 좋아하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

있어도 되고

없으면 더 좋을 그런 사람인데

집안에 있는 해라고?

천만의 말씀!

어쩌다 젊은 시절 떠올라

이불 속에서 슬쩍 건드리면

─ 안 해!

하품 섞어 내뱉는 내 아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를 시로 구현하면 이러지 않을까? 무료해지면 찾아 읽던 시인의 시들이지만 익살맞은 외설성을 더는 기대할 수가 없다. 안타깝다.

   오탁번(1943~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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