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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Dec 15. 2023

이상향

   보물인 양 소중하게 늘 품고 사는 바람은 바다와 마주해 거기서 나는 산물로 안주를 삼아 잔을 기울일 아늑한 어떤 곳에 머무는 거다. 다만 한 번 떠나면 아니 돌아올 테니 여행이기보다는 이주인 셈이다. 통영은 내게 그런 곳이다. 

   통영에 마음이 뺏긴 계기는 엉뚱하게도 다찌 때문이었다. 20년도 더 됐다. 통영에서 공무원하는 고종사촌 형이 안내한 강구안 한 다찌집에서 처음 매료됐다. 상다리가 당장이라도 휘어질 것처럼 뻑적지근하게 차려 나온 주안상, 부산 풍경하고는 판이하게 아기자기한데 소담한 바다, 그 두 양태만으로도 구색은 이미 다 갖춰져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이상향으로써 통영은 내 마음에 각인되어 버렸다. 내 말년을 기댈 곳은 오직 통영뿐이리라 강다짐하면서 말이다. 

   자리를 비워도 다달이 벌이가 괜찮다 싶으면 마누라한테 점방을 맡기고 미련없이 강구안이 내려다 보이는 동네에다 새 점방을 열리라. 일주일에 사흘만 일하고 나머지는 통영 주변 섬을 쏘다니는 데 할애한다. 점방에 손님이 와도 그만 아니 와도 그만. 내가 있을 자리에서 숫돌에 가위를 갈듯 내 할 바에 충실하되 가멸차고 윤택한 말년의 추억을 쌓으려는 뻘짓에 더 정신이 팔려 있을 게다.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


귀가

  양전형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내게

아내가

바람 잘 털어내고 들어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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