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Dec 24. 2023

시 읽는 일요일(131)

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크리스마스 앞이라 고른 시다. 축복에 귀천도 위계도 없다. 이 세상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축복을!)

작가의 이전글 시놉시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