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외길 양쪽으로 촘촘히 줄지어선 포장마차들 간의 손님 쟁탈전은 의외로 첨예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자기네 가게로 끌어들이려는 이모들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그것이 너무 과열돼 가끔은 볼썽사나운 광경도 연출했다. 정처없이 두리번거리는 무리들을 향해 갖은 교언을 들이대 유혹하는 히빠리(호객행위)가 흔한 일상이되 그 나름의 룰은 있다.(가게를 접을 때까지 나는 단 한 번도 히빠리로 손님을 끌고 온 적이 없었다. 입이 안 떨어져서다. 다른 귀띔은 착실하게 다 들었지만 배알일랑 잘 접어 장롱 속에 넣어 두고 나오라는 이모들의 충고만은 한사코 거부했다. 알량한 자존심이 주제 파악을 방해한 것이다. 그래서 어중잽이가 더 고달픈 법이다.)
히빠리를 할 때는 반드시 자기 가게에 신체 일부(하반신)가 머물러 있어야 하고 세 치 혀에 손이 넘어올 듯싶어도 절대 버선발로 뛰쳐 나가는 군던지런 짓은 금물이며 제 가게를 지나 남 가게 영역에 들어선 행인에게는 절대 미련을 두면 안 된다. 보상금을 노린 하이에나를 닮은 히빠리 파파라치가 도처에서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고 있음을 명심하고 사주경계를 게을리해서도 안 되며 등등.
간혹 교묘하게 불문율에 역행하는 꼴불견 동업자가 나타나면 적발 현장에서는 저주에 찬 악다구니를 퍼붓다가도 뒤로는 어르고 달래는 것으로 근근이 쌓은 공조 체계에 혹시 모를 균열을 얼른 미봉하지만 자고로 법은 어기는 맛이라면서 작정하고 덤비는 이를 제어할 방법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삥삥한 내가 봐도 <제주집> 새 이모는 참 생게망게했다. <제주집> 주인 이모가 고용했다는 새 이모(주인 못지않은 주인 행세로 주변에서 그녀가 가게를 빌려 장사를 해 나오는 수익을 주인 이모와 나눠 가진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는 포장마차촌을 지탱하는 히빠리 원칙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짓거리를 심심찮게 연출했다. 가게문을 박차고 나가 행인한테 돌진하질 않나 이웃한 가게 이모 눈이 뒤집히건 말건 경계를 넘어 기어이 손을 제 가게로 끌고 들어가는 집념, 딴 가게에 이미 자리를 잡은 이들까지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낚아채는 신공을 부리기까지 파격의 연속이었다.
<아!그집> 남자 사장이 동문 포장마차촌 번영회장 위신까지 내팽개치고 그 이모 면전에서 포달을 다 부려 봤지만 쇠귀에 경을 읽지 마이동풍이 따로 없었다. 당사자인 <제주집>만 빼고 똘똘 뭉친 무리들의 집중포화에 자숙하는 차원에서 잠잠해지는 듯싶더니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본색을 드러냈다. 그 수법이 전보다 더 치밀하고 지능적으로 발전해서 말이다.
입심 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모들의 질시와 경멸에도 무덤덤해하는 그 맷집이 부럽기도 하거니와 그렇게까지 손을 그러모아야 할 곡절이란 게 있다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하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바 없고 천인공노할 짓 한 것도 아닌데 대놓고 왕따시키는 분위기에 동조하는 게 싫어서 멀찍이 거리를 뒀던 나는 <제주집> 새 이모와 척 질 까닭이 없다. 아니 아직 얼굴도 안 텄다. 그러니 이 소동이 완연해지면 선한 얼굴로 분해 접근해 슬쩍 물어볼 작정이다. 왜 그러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