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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07. 2024

시 읽는 일요일(133)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마르크 샤갈 그림 <나와 마을>을 보고 감명받아 썼다는 시는 환상적인 이미지로 도배가 되었다. 덕분에 봄은 한층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게 다가온다. 

   하지만, 아직 이른 걸까 봄을 소환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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