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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an 08. 2024

monday night fever​

   월요일 마감을 하고 나면 그 밤을 원없이 불사르고 싶어 감질이 나곤 한다. 다음날이 휴무일이라 드는 홀가분한 기분에서 비롯된 게 분명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리 오래가진 못한다. 휴무일이라고 온종일 푹 쉬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쉬는 날만 골라 볼일이 생기길 비일비재한지라 섣불리 느슨해졌다간 다음날까지 영향 미칠 공산이 커 알아서 기는 폭이다. 그보다는 일상인처럼 불금인 양 불사르고 싶어도 혼자서 만끽할 재밋거리란 게 딱히 떠오르지 않을 뿐더러 흥도 영 아니 나서다. 그러니 기껏해야 단골 주점 귀퉁이 자릴 얻어 혼자 술잔이나 깨작거리다 만다. 

   깎새로 전향하고부터 확연히 다른 라이프사이클로 살다 보니 일상인과 어울릴 여지가 거의 없긴 하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도지는 월요병 때문에 심신이 무기력해진 이들이 주초부터 그럴싸한 이벤트를 궁리할 리 만무하고, 마음만 동하면 월요일이라고 아니 뭉칠 까닭이 없지만 다음날 쉬는 깎새보다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들이니 'monday night fever'는 그저 희망사항으로 요원할 뿐이다. 

   개업하고 얼마 안 지났을 무렵 뭇사람과 어울려 월요일 저녁을 마시고 즐긴 적이 있었다. 아는 형이 커트하고 염색까지 마친 뒤 점방을 나선 게 오후 5시쯤이었다. 가면서 점방 닫는 시간을 무심한 척 묻기에 의례적이겠거니 여기고 역시 무심하게 대답해줬다. 문을 막 닫으려는데 아는 형한테서 지인 두 명이랑 근처에서 저녁 먹는 중이니 와서 한 숟가락 뜨고 가라는 기별이 왔다. 일면식 없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자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어서 망설이는데 합석해도 된다는 양해를 구했대서 하는 수 없이 향했다. 그렇게 소갈비살 구워 먹으면서 월요일 저녁 한때를 뭇사람들과 느긋하게 즐겼었다. 

   집-점방-집-점방인 단조로운 일상이 지겹진 않다. 설령 지겹다손 내팽개칠 처지도 못 된다. 하여 팔자겠거니 눅이면 한결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고 월요일 저녁 때면 뒤흔드는 '엉뚱한 일탈로의 유혹'까지 뭉개고 싶진 않다. 일주일 중 가장 홀가분하고 느긋한 월요일 저녁을 무엇으로 만끽할 것인지 파격적인 그 무엇을 상상하는 것으로 마냥 즐기고 싶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딱히 규정할 수 없고 실행 가능성조차 희박할지언정 말이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일상인과 다르게 한 주를 마감하는 날이라 깎새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 있는 듯 설렌다. 맞장구 쳐 줄 이 없어 외손뼉이 소리가 날 리 만무하지만 깎새는 월요일 저녁이라 그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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