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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Jun 30. 2019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는 비트코인을 죽일 것인가?

투자의 단상

페이스북에서 주도하는 암호화폐 '리브라(Libra)' 연합에 참여하는 기업들


페이스북에서 준비하던 암호화폐 서비스 '리브라(Libra)'가 공개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모처럼만에 활기를 띄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인터넷에 소외된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이끌어 자사의 이용자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생활형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페이스북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은행에 계좌가 없거나 원활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리브라를 이용하여 송금과 각종 뱅킹/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비트코인과 각종 암호화폐들은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조명을 받을 때마다 부쩍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번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페이스북이라는 전 세계적인 플랫폼 서비스에서 활용된다는 소식에 드디어(?) 기존 암호화폐들이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밖에도 뒤늦은 인도의 비트코인 열풍과 더 큰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선제적 물량 확보 등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리브라와 비트코인, 그리고 기존 다른 암호화폐들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요? 과연 기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바라는 바와 같이 리브라가 전 세계적인 서비스가 되면 과연 비트코인을 기축 화폐처럼 사용하는 날이 오게 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몇 년 전 비트코인 광풍 시 설명했던 바와 같이 리브라 라는 서비스가 대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비트코인이 달러나 금을 대체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아래의 두 글은 2017년 하반기에 제 개인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들입니다.]


https://blog.naver.com/nascar9/221161722781

https://blog.naver.com/nascar9/221182746933




우선 리브라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리브라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라는 형태로써 단어 뜻과 같이 안정적인 가치 유지를 위해 가치 변동을 기존 화폐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화폐'라는 존재 앞에 스테이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입니다. 가치가 안정되지 않은 화폐는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백서를 보진 못했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했다면 아마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는 몇 개의 서버에 원장을 분산하여 관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 속도를 위해 아주 많은 숫자의 원장을 분산하여 관리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죠. 완전 분산형 원장을 이용하는 비트코인의 거래 처리 속도는 1초에 7건 정도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자(VISA) 카드사가 전 세계적으로 처리하는 거래 속도가 1초당 5~6만 건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원장 소유를 극히 적은 숫자로 제한하는 리플과 같은 암호화폐의 처리 속도가 초당 1,500건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브라 또한 초당 1,000건 정도의 처리 속도가 예상된다고 하니 아마 원장을 소유하는 것은 극히 제한된 글로벌 몇 개 서버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시스템들도 기본적으로 초당 몇천 건 수준의 처리를 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될 것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가치를 안정시키는 형태로 구현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화폐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화폐를 기존의 다른 화폐 또는 실물 자산의 가치와 연동을 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하에서는 달러 가치가 금 1온스에 35달러로 고정되어 거래가 되었습니다. 2차 대전을 통해 엄청난 슈퍼파워를 자랑한 미국이 달러의 가치를 금으로 보장할 테니 달러의 가치 변동을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사용하라고 만든 시스템이 바로 브레튼 우즈 체제였던 것입니다. 그밖에도 홍콩이 자신들의 달러를 미국 달러 가치에 연동을 시켜두었던 것이나, 중남미 국가들이 화폐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의 화폐를 미국 달러 가치에 연동을 시켜두었던 것들이 바로 이러한 형태의 화폐 가치 안정법입니다.

브레튼 우즈 회의 장면

두 번째 방법은 화폐량을 유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화폐 가치가 갑자기 뛴다는 것은 화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지만 화폐 숫자는 부족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몇 년 전 비트코인 거품 당시에 발생했던 현상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비트코인은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갑자기 발행량을 증가시킬 수 없기 때문에(아마도 마케팅 적인 측면 - 뭣도 모르는 사람들을 등쳐먹으려고 - 때문에 제한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증가하면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화폐 수요가 증가할 때는 자연스럽게 화폐량을 증가시켰다가 화폐 가치가 하락할 위기에는 화폐를 거둬들여 화폐량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금본위제에서 벗어난 미국 달러 시스템이 바로 이렇게 화폐량을 조절하는 통화 정책에 의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이 중 첫 번째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하게 1달러에 1리브라로 고정시키는 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 기축 통화인 달러와 그밖에 주요 통화, 자산들에 가격이 연동되게 묶어둠으로써 가치 변동을 감소시키고, 송금 시스템으로써의 활용도를 높이며, 무엇보다도 세계 각국의 정치권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싸이월드의 도토리 또한 페이스북의 리브라보다 앞선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는 가상화폐 시스템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듯;; 싸이월드의 도토리 또한 500원에 1 도토리라는 형태로 실물화폐에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첫 번째 방법처럼 기존 법정화폐와 실물에 그 가치를 묶어둘 수밖에 없는 것은 리브라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리브라가 화폐량을 조절하여 그 가치를 보장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페이스북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처럼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앞선 다른 글들에서 설명했듯이 이렇게 페이스북이 화폐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게 된다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완전 무력화되면서 페이스북이 일개 회사를 넘어서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기존 통화 시스템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필요하다면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며 돈을 뿌리겠다"고 발언하여 '헬리콥터 벤' 이라는 별명이 붙은 벤 버냉키 당시 연준의장을 풍자한 만화.


여기서 바로 페이스북 리브라가 비트코인과 전혀 상관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발생합니다. 1리브라가 1달러 수준으로 고정이 된다면, 서비스를 위해서는 가치가 수시로 변동되는 기존 다른 암호화폐들과 연동을 시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페이스북이 생각하는 서비스 프로세스를 상상해보면, 먼저 어떤 한 사람이 1달러를 페이스북 계좌에 입금하고 1리브라를 받습니다. 이 사람은 그 1리브라를 페이스북 아이디만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송금을 보낼 수 있죠. 상대방 은행 계좌가 없어도 상관이 없고, 수수료도 기존 송금 서비스에 비해 훨씬 저렴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1리브라를 받은 사람은 그것을 다시 자국의 화폐, 예를 들면 한국의 원화 1200원으로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리브라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다른 온라인 서비스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굳이 리브라를 다른 암호화폐로 바꿀 이유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렇게 되는 것이 리브라에게 더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암호화폐와 연계로 인해 리브라의 가치 변동성이 심하게 된다거나 실물 자산과 가치를 연동시켜둔 부분이 훼손된다면 리브라 입장에서는 기존 암호화폐들이 실패한 전처를 똑같이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리브라 서비스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기존 다른 암호화폐들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게 될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만든 것처럼 사실 진짜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부분에는 기존 암호화폐를 가져다 써야 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점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써는, 그리고 앞으로도 블록체인과 Smart Contract 기술이 필요한 산업과 서비스에서는 단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서비스를 구성하면 될 뿐, 기존 암호화폐를 가져다 써야 될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그런 상황이 된다면 기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절대적인 암호화폐의 존재가 페이스북 '리브라'라는 형태로 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리브라'를 이용해 송금을 하는 모습 예시


한 가지 첨언하자면, 암호화폐에 대해 관심이 있든지 없든지, 모든 현대인들이 알아둬서 손해 볼 일 없는 역사적 상식 중에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스템은 권력자들의 야합에 의해 얼마든지 갑작스럽게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와 금융의 역사에 조예가 깊지 못한 사람들은 마치 금본위제가 아주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시스템으로 알기 쉽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이전 유럽은 몇 백 년간 금과 은을 모두 화폐로 사용하는 복분위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은본위제를 운용하던 중국에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전 세계의 은을 흡수해버리자 유럽에선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은의 양이 부족해졌던 것입니다. 결국 당시 세계를 선도하던 영국부터 금과 은을 모두 사용하던 복분위제를 폐지하고 금본위제로 전환을 하자, 나머지 국가들이 모두 따라서 바뀌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금본위제마저도 약 50년 전 미국에서 닉슨 대통령의 불태환(달러를 가져와도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의미) 선언과 함께 역사 바닷속으로 사라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기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에서는 하원 국회의원 역의 케빈 스페이시가 돈을 좇아 자신의 비서관에서 기업의 로비스트로 변한 사람을 두고 "대부분의 사람은 권력보다 돈을 선택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돈은 10년 후면 무너질 고급 저택이고, 권력은 몇백 년 유지되는 석조 건물이다."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권력에 의해 시스템이 바뀌면서 이권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대사인 것입니다. 비트코인 및 기존의 암호화폐들에 대해 아직까지는 많은 국가들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볼 뿐 본격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하진 않고 있지만, 중국에서와 같이 국가 시스템을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서비스가 금지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리브라 또한 기존 국가 시스템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상황에서 운영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 이야기는 리브라 라는 화폐가 '신종' 화폐라기보다는 기존의 달러에서 이름만 다르게 명명한 형태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단순한 동화로만 알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는 사실 미국에 복분위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요 근래 비트코인 가격은 왜 이렇게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일까요? 사실 여기에는 기존 투자 자산들의 가격 변동과 같은 원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유통 물량이 줄어들면 가격 변동성이 심해지는 현상이 그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산의 가격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이면에는 자산의 소유가 소신파와 부화뇌동파라는 두 가지 부류의 투자자들 사이를 오고 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자산의 소유는 소신파의 손을 떠나 부화뇌동파에게 넘어간다. 그렇게 자산 가격이 정점에 이르면 자산의 소유는 대부분 쉽게 흔들리는 부화뇌동파에게 넘어가게 되고, 부화뇌동파는 조금만 상황이 바뀌어도 쉽게 매도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도리어 폭락을 하기 쉽다. 반대로 자산의 가격이 하락할수록 자산의 소유는 부화뇌동파에서 소신파의 수중에 넘어간다. 그리고 자산 가격이 바닥에 이르면 자산 대부분은 소신파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이때가 되면 자산의 유통 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적은 거래량에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


요 며칠 사이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과거에 비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이 가팔랐던 것은 바로 이와 같이 비트코인의 소유가 쉽사리 매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서 유통 물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아파트들이 유통 물량이 부족하여 가격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이나, 실물 자산 시장에서 어떤 갑작스러운 뉴스 하나에 매도 물량이 전부 회수되면서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 또한 이러한 현상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명심해야 될 것은 이렇게 물량을 갖고 있는 소신파(?)가 반드시 '현명한 투자의 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비트코인 유통 물량이 잠긴 것은 지난 고점에서 너무도 가파른 가격 하락으로 인해 손절 매도를 하지 못하고 그냥 평생 안고 가려는(?) 사람들만이 남은 탓에 유통 물량이 잠긴 것이지,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자들이 물량을 매집하여 유통 물량이 잠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격이 갑자기 상승한다고 해서 뭔가 대단히 현명한 사람들이 비트코인과 기존 암호화폐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될 것입니다.


분명 언젠가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Smart Contract의 개념이 스며들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기존 암호화폐를 사서 쟁여두는 것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내거나 Smart Contract의 개념이 도입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을 찾아내는 편이 훨씬 더 유망한 투자 방법일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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