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바 Dec 27. 2019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계속 실패할까?

지난 12월 16일 기습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부동산 정책은 지난 부동산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가격이 과열된 곳의 대출과 세금 규제를 골자로 하고 있으며, 어느덧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18번째 부동산 정책이라고 합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부동산 정책을 참 자주 내놨던 것 같긴 한데, 벌써 이렇게 18번째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숫자를 과도하게 센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관심이 생겨 읽으실 분들이라면 이번 부동산 정책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뉴스나 글들에서 많이 보셨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자세한 내용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긴 글이 될 테니...) 다만, 제 생각에는 이번 부동산 정책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의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9억 원 밑으로 묶어두고 싶다."


아시다시피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서울의 집값, 특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엄청난 속도로 치솟았습니다. KB국민은행에서 매월 조사하는 서울시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은 2017년 5월 6억 6백만 원에서 2019년 11월 현재 8억 8천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누적 가격 기준으로는 2년 7개월 만에 대략 45% 정도 상승한 것입니다. 매매가 기준으로 중위 가격을 따진 것이므로 유달리 고가의 아파트들이 더 많이 거래된 경우 더 높게 나온 것일 수도 있고, 공시 가격 상승률이나 다른 지표로 살펴보면 이보다 덜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격 상승률은 45%로도 부족한 느낌입니다.


얼마 전 국민과의 대화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자평하셨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지난 2년 7개월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요동을 칠 때마다 '부랴부랴' 정책을 내놓기에 급급하여 결국 이번 18번째 정책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쯤 되면 대통령께서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지표와 다른 지표만을 보시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얼마 전 여론조사 결과 이번 정책 또한 지난 17번의 정책과 동일한 결과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과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정책이 그 원래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지난 17번의 정책 모두 발표 당시에는 잠시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졌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다시 가격 상승이 시작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예상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18번의 정책을 종합해보면 다음의 몇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투기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

"다주택자들은 기회를 줄 때 얼른 주택을 매도하라."

"수요자들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으로 잠시라도 관심을 돌려달라."


이번 18번째 정책을 포함하여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대부분 세금을 통해 고가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규제를 통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대출을 옥죄어 수요를 억제시키는 정책들이었습니다. 3기 신도시 공급이나 수도권 철도망/교통망 정비 정책도 일부 있었으나,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공급 정책이라기보다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나 현실화가 가능한 정책들이기 때문에 결국 무주택자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화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달라는 수요 지연 정책들일뿐입니다. 그나마도 그 수준은 수요자들이 기다려왔던 것과는 많이 동떨어진 수준의 정책들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모두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수요를 억제하고 지연시키기 위한 정책들 뿐인 것입니다. (다주택자를 세금으로 압박해 매물을 내놓게 만드는 것이 공급 정책이라면, 공급 정책을 쓴 것도 있긴 하겠네요 (하지만 그들이 낼 세금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오른다는 게 함정))


특히 투기세력과 다주택자에 대한 정책은 그야말로 전쟁 선포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한 내용을 자랑합니다. 투기세력 조사를 강화하고, 분양가를 제한하고, 세금을 인상하고, 대출을 못 받게 막는 등 과거 정부에서 사용했던 규제들 중 즉시 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꺼내서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고강도 규제로 인해 드디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 중 '일부'가 이제는 1주택만 소유하겠다는 코미디 같은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그럼에도 그분들도 강남의 아파트는 팔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이 같이 투기세력과 다주택자를 노린 정책이 이어지는 것에는 현 정부와 여당의 상황인식이 깔려있습니다. 지난 2018년 9월경 더불어민주당의 이철희 의원은 JTBC의 방송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하여 현 부동산 과열 양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습니다. "현재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충분하기 때문에 투기세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18년 상반기까지 집값이 오른 것에는 지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닙니다. 여기에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서울의 주택 공급이 충분했음에도 자가보유율이 떨어졌다는 것을 근거로 들며 종부세 인상 등 더 큰 주택 시장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여당의 주요 국회의원과 서울시의 수장이 모두 서울의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국토교통부의 고위 공직자들이나 청와대 또한 이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듯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뿌리 뽑는 것에만 주안점을 둔 정책과 서울에 '똘똘한 한채'만큼은 어떻게든 사수하겠다는 다주택 공직자들과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행동, 그리고 서울의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 · 여당 관계자들의 현실 인식에 힘입은 결과, 대다수의 국민들은 12·16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고 서울의 주택 소유자들은 더욱 큰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 또한 이번 12·16 정책이 일시적으로 서울의 주택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잠시나마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맥락이라면 이번 정책뿐만 아니라 현 정부에서 앞으로 내놓을 정책들 또한 계속해서 실패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제 판단에는 지난 18번의 정책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 내놓았던 정책들 모두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기저에 깔린 전제들이 모두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 7개월 동안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은 다음과 같은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①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충분하지만 다주택자와 투기세력들로 인해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②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이 아닌 사람들은 세금과 대출 규제를 통해 수요를 조절할 수 있다.

③ 한 번에 너무 과도하게 바뀌는 정책보다는 점차 수위를 높여나가는 정책이 더 효율적이다.


사실 위와 같은 생각들이 항상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위의 전제들이 왜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다는 것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서울의 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우선 정부·여당 말대로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충분한지 먼저 점검해보겠습니다. 2017년 기준 서울시의 가구수는 381만 가구, 주택수는 약 367만 호로 주택보급률은 96.3%인 상황입니다. 경기도의 경우 가구수는 460만 가구, 주택수는 458만 호로 주택보급률은 99.5%입니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쳐서 계산해보면 가구수 대비 주택보급률은 98% 정도 되는 상황입니다. 단지 서울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를 합쳐도 아직 가구수 대비 주택수가 부족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국/서울/경기 주택보급률 2005 ~ 2017 (표)


전국/서울/경기 주택보급률 2005 ~ 2017 (그래프)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 주택 입주 호수와 멸실 호수 자료 (출처 : 부동산 114)


서울시의 주택 입주 호수와 멸실 호수를 비교해보면 2017년까지 부족했던 서울의 주택 숫자는 2017년 이후로도 그다지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수도권 주민들이 바라는 서울의 질 좋은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서울의 주택 숫자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택보급률 산출에 적용되는 일반가구 수에는 외국인 가구가 제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나빠집니다. '2017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거주 중인 외국인은 141만 명으로, 서울에만 27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10만 호의 주택만 차지하고 있다고 가정해도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3%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물론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같이 주택 숫자에는 집계되지 않는 실질적인 주택들 또한 주택 숫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를 감안할 경우 주택보급률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거 형태는 현재 가격 상승하고 있는 질 좋은 주택과는 거리가 한참 먼 주거 형태입니다. 외국인을 포함한 수도권의 많은 가구들이 바라는 것은 양질의 주택, 특히 아파트 형태의 주택이므로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의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해당 주택을 둘러싼 경쟁을 해소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달성한다고 해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뜻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멸실을 대비하거나 이사 등의 돌발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택보급률을 최소 105%에서 110% 정도 수준이 되도록 유지하여야 주택 공급이 안정적인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수치를 서울에 대입해보면 서울의 주택이 일순간 10% 이상, 4~50만 호 정도가 증가해야만 주택 공급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직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2013~2015년의 전세대란에 지친 사람들이 진짜로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에 따라 집을 사기 시작하고, 역사적 저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자금들이 서울의 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수요가 대폭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서울/경기 주택소유 유형 중 '자가' 점유비율 추이 2006 ~ 2018 (출처 :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전국/서울/경기 주택소유 유형 중 '자가' 점유비율 추이 2006 ~ 2018 (출처 :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전국/서울/경기 주택소유 유형 중 '전세' 점유비율 추이 2006 ~ 2018 (출처 :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전국/서울/경기 주택소유 유형 중 '전세' 점유비율 추이 2006 ~ 2018 (출처 :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위의 주택소유 유형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2008년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쳐 이때를 기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자가 소유하기보다는 전세나 월세를 선택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집을 소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울에 살기를 거부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은 안정되는 반면 실 사용가치를 반영하는 전월세 가격은 폭등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2000 ~ 2018 전국/서울/수도권 주택매매가격 추이 (출처 : 한국감정원)


2012 ~ 2019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추이 (출처 : 부동산 114, 연합뉴스)


이렇게 매매 시장이 침체되는 한편 전월세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이 시작되자, 전세 대란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구제할 방안을 찾지 못한 박근혜 정부는 전세 대란을 해결하는 한편 매매 시장 활성화를 통한 내수 경기 진작도 동시에 꾀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15년에 걸쳐 부동산 규제 완화와 동시에 대출 한도 완화 정책을 내놓게 됩니다. 그 유명한 "전세에 돈 좀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으니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이 시작되었던 것이죠.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은 처음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빚내서 집 샀다가 가격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려고 무턱대고 부추기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던 투자자금들은 달랐습니다. 정부 정책 초기에는 집을 이미 소유하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먼저 나서서 집을 더 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2013 ~ 2015 전세 대란에 지쳤던 무주택자들이 가세하기 시작하자 2014년을 기준으로 서울과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전세가 감소하고 자가 점유율이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주택소유자 증가 추이 2012 ~ 2018 (출처 : 통계청)


경기도 주택소유자 증가 추이 2012 ~ 2018 (출처 : 통계청)


전국 주택소유자 증가 추이 2012 ~ 2018 (출처 : 통계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울에 위치한 질 좋은 주택을 원하는 수요는 항상 대기 수요가 풍부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매일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 '출퇴근'을 위해 하루에 3~4시간 정도의 시간을 길 위에서 허비하고 있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1일 평균 출근 통행 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상황만 허락된다면 서울에 위치한 양질의 주택으로 이주하길 원하고 있으므로 이렇게 서울시밖에 있지만 서울의 주택을 원하는 잠재적 수요가 100만 가구 정도는 더 있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


아마도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많은 2기 신도시에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2기 신도시들의 주택 가격이 안정적인 것을 보고는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안정적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심지로부터 30km 이상 떨어진 신도시는 도심의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일본의 사례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통상 출근 시간에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릴 경우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기 신도시들은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반에서 2시간은 걸리는 상황인 것입니다. GTX 노선들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니 GTX 노선이 완성되더라도 2기 신도시를 통한 서울의 수요 분산이 얼마만큼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라 할 수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제2신도시에서 버스 타고 서울로 출퇴근해봐야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멍멍이 소리는 하지 못할 텐데)



2. 누가 투기세력인가?


앞서 설명했듯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다주택자 및 투기세력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을 대상으로는 실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래에 제시된 서울의 주택소유자 증가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의 다주택자는 증가가 억제되는 정도가 아니라 감소를 하는 정도에 이른 것입니다.


서울 주택소유자 증가 추이 2012 ~ 2018 (출처 : 통계청)


이처럼 현재는 정부가 바라는 대로 서울의 다주택자들이 위축되고 있지만 서울의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만약 서울의 주택 가격이 서울 중에서도 특정 지역만 치솟는다거나,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특정한 이유 때문에 치솟는 것이라면 정부가 말하는 대로 투기세력의 준동이나 다주택자의 증가를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울에 위치한 주택들, 특히 아파트의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은 이것을 단순히 투기 세력이나 다주택자들의 탓만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아무리 큰 자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전체 주택 가격을 움직일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현재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은 전체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체적인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 서울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서울에 주택을 소유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와 같은 거래가 진행되도록 돕는 공인중개사, 부동산 전문가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위치한 질 좋은 주택을 원하지만, 서울의 주택 공급은 이를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정책을 결정할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의도적인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항변하고 있고, 실제로 그들이 내놓는 정책들도 이미 과거에 공급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책들 뿐입니다.


사람들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정부의 정책은 이와는 반대로 향하자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서울의 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서울 아파트에 투자하면 손해 볼 일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사야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이 공급 위축이나 공급 부족을 지적하자 사람들의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이제는 생전 경제나 투자에 관심이 없던 장삼이사들 조차 정부 정책으로 인해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는가에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사람들의 야성적 충동이 비이성적 과열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0% 넘는 응답자들이 이번 정책으로도 서울의 주택 가격은 잡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즉각 5%나 떨어졌고, 여당에서는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내년 총선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을뿐더러 역효과만 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이 사람들 머릿속에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상황 인식이 자리 잡고, 이것이 집단의 공유지식이 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우선, 서울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더 늘리진 않더라도 급하게 매도를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다주택자들은 세금이 증가한다고 해도 전세나 월세 가격을 올림으로써 세금 부담을 세입자와 분담할 수 있고, 주택 가격이 세금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이상 손해를 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유세가 1년에 1% 증가한다고 해도 주택 가격이 1년에 10% 이상 오른다면 과연 매도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간혹 주택공급을 늘려봤자 많은 분량을 다주택자들이 가져가게 되므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 의미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유세가 강화되는 추세인 상황에서도 다주택자들이 주택 보유를 늘린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당연히 세금으로 나가는 비용 이상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거나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시장 참여자인 공인중개사들은 거래만 활발하게 발생한다면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행복해지는 사람들입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할수록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중계수수료는 상승하고, 그 공인중개사가 있는 동네가 주택 투자에 핫플레이스라도 되면 빗발치는 문의에 더없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흔히 부동사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 또한 현재의 거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나쁘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조언을 갈구합니다. 지금처럼 상승세가 지속될수록 전문가의 전망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하므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을 비싼 값에 팔아넘길 수 있어서 행복해집니다.


그렇다면 1주택자들은 어떨까요? 간혹 뉴스에서는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올라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나옵니다만 1주택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30 ~ 50대의 주택 소유자들에게는 사실 세금 부담이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공시지가 3억짜리 아파트라고 해도 연간 세금은 50만 원 수준입니다. 이것이 2~3년 사이 6억짜리 아파트가 되면 세금은 150만 원으로 오릅니다. 연간 세금이 100만 원 정도 늘어나는 것과 3억짜리 아파트가 6억이 되는 것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느 쪽을 고를까요?



사실 1주택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 가격이 올라 세금이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1주택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이 다른 지역의 주택들에 비해 상승을 못할까 봐 걱정하거나, 자신이 매도를 했을 때 차익에 대한 세금이 많이 나올까 봐 걱정하고, 갑자기 주택 가격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지 단순히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고 싫어하는 주택소유자를 저는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매도할 때 주변의 다른 주택들과 시세를 비교하여 그보다 단 돈 1천만 원이라도 더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서울의 집값이 치솟는 뉴스를 보며 사람들의 탐욕을 욕하던 사람들도 자신의 주택을 매도할 때는 주변의 주택들에 비해 (자신의 생각으로는) 자신의 집이 더 좋은 매물이므로 더 좋은 가격을 받아야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됩니다.


지금과 같은 완벽한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는 이처럼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큰 폭의 시세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매매 가격이 6억 원인 서울의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던 어떤 사람이 아파트 매물을 내놓을 일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사람은 당연히 매물을 내놓기 전에 그 아파트 단지와 주변 아파트 단지는 물론이고, 서울의 전체적인 주택 가격 동향까지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 아파트 단지나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최근에 거래가 이뤄진 가격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것입니다.


이때, 시장에 공급이 충분하거나 수요가 부족한 수요자 우위 시장이라면 매도자의 이런 행동은 결국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낮은 가격에 비슷한 매물을 구할 수 있는데 굳이 최근 거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의 매물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자리 잡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요자들은 이미 마음이 급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파트 단지 주변의 공인중개사를 방문합니다. 거래의 성사를 원하는 공인중개사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지금 이 아파트 단지에 매물이 없습니다. 최근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는데, 이거 놓치면 나중에 더 비싸게 사야 될 겁니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매수했다가 내가 산 가격이 고점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던 마음도 정부 정책 이후 부자들이 주택 매도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까지도 지방에 있는 집은 팔지언정 서울에 있는 집은 꽉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심하게 됩니다. 결국 마음이 급한 수요자는 기존 거래 가격보다 가격이 조금 더 높은 매물이라도 서둘러 매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황상 모든 증거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평균 시가가 6억 원 수준이었던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매월 가격이 1천만 원씩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1년 뒤에는 7억 2천만 원이 되고, 2년 뒤에는 8억 4천만 원이 됩니다. 그리고 2년 7개월 후에는 대략 8억 9천만 원 수준의 가격이 됩니다. 2년 7개월간 누적 상승률은 48% 정도가 되는데, 이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매매가 중위 가격이 6억 원에서 8억 8천만 원으로 상승한 것과 유사한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단지 가격이 1천만 원씩 상승하는 것이 매월 쌓이다 보면 현 정부 집권하에 발생한 부동산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작금의 서울 주택 시장 가격 상승은 어느 특정 세력이나 다주택자들의 농간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낸 과열 국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주택을 소유한 60%의 가정, 서울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부동산 시장 전망가, 그리고 심지어 정책 관계자들까지도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이라는 상황 인식이 널리 퍼지자 서울의 집값은 평상시 사용하던 정책으로는 조절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에 탑승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같은 시장 참여자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부동산 시장의 과열 국면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한번 망하게 만들 뻔했던 미국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결국 현재 우리나라의 상태처럼 모든 사람들이 조그마한 탐욕을 부린 결과였습니다. 정치인들은 인기를 끌기 위해 소득이 없는 무주택자에게도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았고,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모든 사람들이 무리한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매했습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도 여차하면 그 집을 되팔아 갚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공인중개사들은 거래가 늘어나도록 부추겼고, 보증기관이나 신용평가사들은 늘어나는 수수료로 인해 행복했습니다.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바로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파생상품 거래였던 것은 맞지만, 사람들의 탐욕들이 차곡차곡 더해진 결과 거대한 시한폭탄이 동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 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책으로는 안정을 시킬 수 없다.


아시다시피 지금처럼 주택 관련 정책이 실패한 것은 이번 문재인 정부가 처음은 아닙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바라는 형태의 '안정된' 주택시장은 달성된 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주택 가격이 서서히 상승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지나치게 급등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매매시장은 과도하게 침체되고 전월세 시장이 들끓었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정부와 여당 등 주택 정책에 관계된 사람들은 사실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무주택자들이 오해해서는 안되는 것중 하나는 정부가 말하는 주택 시장 '안정'이란 주택 가격을 과거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주택 가격이 갑자기 치솟아 사람들의 빚이 많아져서 갑작스러운 금융위기가 찾아오거나, (무주택자들에게) 정부와 정치인들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에는 주택을 소유한 가정이 60%가 넘고,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가정은 40% 수준입니다. 그리고 공직자들은 대부분 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집 값이 오르는 쪽과 떨어지는 쪽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할지는 뻔한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택은 그 성격이 아주 특별한 자산입니다. 소유한 자산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고, 노후에는 이것 하나만 남아 믿고 의지할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구매 과정에서 많은 레버리지(빚)를 차입하는 경우가 많고, 레버리지를 많이 갖다 쓰는 만큼 가격이 오른 만큼 내가 투자한 투자원금 대비 가격 상승이 매우 큰 자산입니다. 그리고 가격이 높아 호가가 조금만 바뀌어도 몇백만 원은 기본이고 몇천만 원까지도 순식간에 등락하는 자산입니다. 때문에 투자원금 대비 가격 상승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을 구매할 때는 그것의 사용가치뿐만 아니라 투자가치까지 고려하여 결정을 내립니다.


이 같은 성격 때문에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큰 자산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부의 효과란 자산 가치가 증가할 경우 그로 인한 심리적 영향으로 소비 또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산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씀씀이는 커지고, 마음은 즐거워집니다.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면 대부분 소규모 자영업자인 공인중개사, 이사업체, 인테리어 업체, 음식점들까지도 부양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란 갑자기 치솟은 전세 가격을 진정시키고, 아파트 가격을 서서히 상승시켜 거래를 활발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정책 담당자들이 대놓고 '물가상승률만큼만 상승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현행 부동산 정책의 또 다른 실패 원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도 결국 부동산 거래를 활발히 하여 내수를 진작하고 싶었던 것이 목표 중에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목적으로 탄생한 정책들은 주택이라는 자산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주택 또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① 공급이 제한됨. 특히 단기간 내 공급은 어려움.

② 사람들이 정확한 가치 측정을 하기 어려움 (얼마가 적당한 가격인가를 따지기 어려움)

③ 사용 목적뿐만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도 구매함


그 유명한 네덜란드 튤립 거품부터 시작해서 2017년 비트코인 사태까지 역사상 큰 거품을 불러일으킨 자산들을 살펴보면 이와 유사한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①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출 수 없다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널리 퍼질 것

② 사람들이 정확한 가치 측정을 하기 어려울 것

③ 사회가 안정되고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여 투자 수요가 넘칠 것


결국, 주택 또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그 특성상 거품이 끼기 아주 쉬운 자산이며, 그 의미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서서히 오르거나 안정화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원하는 형태의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필요할까요? 이를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은 아주 쉽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정책 또는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특징을 없앨 수 있는 정책 또는 방법이 생기면 주택 가격에 거품이 발생하거나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먼저  번째 방법은 사람들에게 주택 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맞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주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당장 특정 지역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정부 또는 민간 차원에서 해당 수요를 감당할만한 공급이 증가할  있다면, 반대로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부분을 받아서 처리할  있다면 주택 가격은 갑자기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서울 또는  대안이   있는 위치의 주택을 정부 또는 민간이 얼마든지 공급할  있다는 믿음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는다면 사람들은 굳이 비싼 돈을 줘가면서 급하게 해당 지역의 주택을 매수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게 안된다면 서울의 수요를 다른 곳으로 돌릴  있도록 지방 활성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됩니다. 지금처럼 직장은 서울에 있는데 출퇴근이 두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신도시를 건설하여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어설픈 방법으로는 서울을 향한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사람들에게 해당 주택의 정확한 사용가치와 투자가치를 알려주거나 가치를 고정시키는 방법입니다. 사실 이 방법은 지금도 정부가 일부 사용하기 위해 애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만 문제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일부 부분에 대해서만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는 성공할 수 없ㅅ브니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 안정화와 보급에 둘 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싱가포르와 같은 경우 주택 공급의 거의 대부분을 정부가 공공사업 형태로 진행하고, 해당 주택은 정부를 상대로만 사고팔 수 있게 하여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하게 정부가 공급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특정 지역에 공공 주택이 남으면 사람들이 입찰에 참여하여 사용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고 거주하다가, 해당 주택을 되팔 땐 본인들이 샀던 가격 그대로에 되팔면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 가격에는 실 사용가치만 반영될 뿐, 투자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거품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을 사용한 나라나 성공한 나라는 현재까지 싱가포르가 유일합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정책처럼 주택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이러한 정책을 사용했다면 정착이 가능했겠지만 지금처럼 이미 60%의 국민들이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상황에서 이런 정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마지막은 시중에 유동성을 거둬드리거나 향할 수 있는 다른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방법입니다. 사실 두가지 방법 또한 정부가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습니다. 유동성을 섣불리 거둬드렸다가는 엉뚱한 산업이 타격을 받으며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또 다른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자칫 잘못했다가는 제2의 정보통신 버블이나 비트코인 버블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에 투자 수요가 몰려 산업과 경제가 활성화 되는 방법이겠지만 사람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그리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주지하시다시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정확장 정책과 통화 완화 정책을 경쟁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인 1.25%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금리와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가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이 더해지자 일반 개인들의 투자 수요가 아주 풍부해졌다는 점입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경기침체와 자영업자의 비명소리를 전하는데 무슨 투자 수요가 풍부하다는 타령이냐? 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대기업들의 세계화로 인해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 국가입니다. 흔히 무슨 부자아빠니 뭐니 하는 재테크 책에서 열심히 설명하듯 언론에서 전하는 힘든 사람들의 자극적인 기사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부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집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경제위기로 인해 정부/기업/가계 모두 부채 비율이 낮아진 덕분에 세계 주요 국가 중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빠른 속도로 안정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언론에서는 경기가 안 좋다고 아우성인 사람들의 기사를 내보냈지만 전자/자동차/조선/화학/정유산업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은 급속도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단순히 자리매김을 한 정도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야기까지 나오며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회사로 자리잡기까지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좋아하시던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자 대기업은 급성장했지만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급속도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우리는 불황이라고 떠드는 뉴스의 환상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왜 뉴스에선 불황이라는데 집값만 오르는 것인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는 집값이 왜 오르는지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2018년 현재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6,487만 원입니다. 반면에 중소기업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3,771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 차이가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한번 러프하게라도 계산해보겠습니다.


여기 서울의 아파트 구매를 원하는 한 맞벌이 부부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중소기업 정규직에 종사 중일 경우 연봉 합계액은 7,500만 원 수준입니다. 2019년 11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이 8억 8천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PIR은 11.7입니다. 대략 12년 정도 한 푼도 안 쓰고 돈을 모으면 서울의 중간 정도 가격을 하는 아파트를 한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저 돈의 절반만 모으더라도 정말 잘 모으는 부부일 것이므로 실제로는 한 20년을 넘게 열심히 모으면 서울의 중간 정도 가격을 하는 아파트를 한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부부 두 사람 모두 대기업 정규직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들의 연봉 합계액은 1억 2,974만 원입니다. 이들이 8억 8천만 원짜리 아파트 구매를 생각한다면 PIR은 6.8에 불과합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절반 정도의 돈만 모을 수 있다고 가정해도 PIR은 13 수준이 되므로 13년을 열심히 모으면 서울에 위치한 중간 정도 되는 수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주택 가격에 40%를 대출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자기 자본은 5억 3천만원만 있으면 되는 상황입니다.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까지 더해질 경우 1년에 6~7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맞벌이 가정에게 저 정도 자본은 엄청나게 부담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렇게 대기업 종사자 눈으로 바라보자 갑자기 서울의 집 값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보일뿐더러 더 상승할 여지가 있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들은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멀리 경기도에 위치한 집을 구하는 것보다 기존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서울의 주요 교통 요지에 집을 구하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 싸고 좋은 집이 많으니까 경기도로 내려가라? 이들에게 전혀 와 닿지 않는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에 종사 중인 사람들은 2017년 기준으로 360만 명입니다. 이쯤 되면 왜 다주택자가 감소함에도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지, 왜 가격이 꾸역꾸역 오르고 있는지 짐작이 되기 시작합니다.


거시경제학의 아버지이자 투자자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그 케인스의 이론을 다듬어 금융 거품을 설명하는 '민스키 모멘트'로 유명해진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안정성은 또 다른 불안정의 시작이라는 천재적인 식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사회와 경제가 안정되면서 사람들이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 이것이 곧 어떤 자산의 실제 사용가치 이상의 거품을 만들어 불안정성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자산의 거품 생성과 붕괴 과정을 설명한 '민스키 모멘트'로 사후에 더 유명해진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


이와 같이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한쪽으로 쏠려서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기대가 균형을 이루는 평상시 상황과는 다른 정책과 방법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케인스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미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손에 강제로 돈을 쥐어주는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도록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대공황과 같은 상황에서는 진짜 사람들한테 돈을 줘야 된다는 뜻뿐만 아니라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완전 뒤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여 그들의 숨겨진 심리를 바꿀 수 있는 정책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정부와 여당 등 정책 관계자들 또한 정치적 스탠스에만 얽매이거나 사용하기 쉬운 방법만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고 사람들의 행동에 숨겨져 있는 욕구를 정확히 읽어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만 합니다. 지금처럼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한 곳으로 쏠린 상황에서는 이를 전환하기 위한 정확한 정책을 사용해야 합니다. 기존 정책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정책과 같은 맥락의 정책을 점진적으로 사용하는 식으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효과만 발생시킬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대출 규제와 세금 정책은 앞서 17번의 정책들이 그러했듯 단기간 동안 시장을 얼어붙게만 만들 수 있을 뿐, 그 유동성과 수요는 결국 아파트가 아닌 다른 종류의 주택으로 흐르거나, 서울이 아닌 경기도권의 다른 지역으로 흐르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글을 쓰다 보니 짧게 쓸려고 했던 단상(斷相, 단편적인 생각)이 아주 장문의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왕 쓰는 김에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들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었으나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아주아주 긴 글이 될 것으로 보여 이번에는 일단 원래의 취지대로 정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부분만 작성을 해보았습니다. 아무쪼록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인사이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는 비트코인을 죽일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