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바 Feb 29. 2020

코로나 바이러스 19 사태에 대한 3가지 예상 시나리오

길고 길었던 한주가 끝났습니다.


저는 지난 일주일간 생각과 메시지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전염되는지에 대한 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엄청난 공포가 투자자들 사이에 전염되며 전 세계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작성하고 있던 글을 잠시 미뤄두고 급히 현재 상황을 정리하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우선, 현재 상황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가 미국과 유럽으로 번지면서 아시아의 위기로만 인식되던 것이 전 세계적 위기가 되었다는 공포가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스나 메르스 등 기존에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 들과는 달리,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19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전염이 발생하고, 감염이 되고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완치 판정을 받고도 다시 바이러스 발현이 되기도 하는 특징들로 인해 미국과 유럽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19를 현재 단계에서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서도 사람들의 소비와 경제 활동이 중단되고, 단순한 불황을 넘어서 공황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투자자들을 덮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생산과 소비를 멈추고,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은 세계의 소비와 자본을 담당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이 소비를 멈춘다는 것은 중국과 동아시아가 정상적으로 물건을 생산해도 그것을 팔 곳이 없어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뻗어있던 미국 자본이 위축되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처럼 신흥국들의 외환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순히 경제가 침체되는 것을 넘어서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커질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가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증시는 고작 일주일 사이 벌써 20% 넘게 하락을 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조정장이 찾아왔다고 이야기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조정' 정도에서 끝날 거라고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게 바로 투자에 가장 무서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아이의 걸음걸이처럼 천천히 상승하던 자산 가격은 사람들의 심리적 쏠림에 따라 언제든지  폭포수처럼 하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변동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사소한 소식에 따라 갑작스럽게 급반등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반등이 찾아왔다고 속을 수도 있고, 기존 투자자들은 갖고 있던 주식에 미련이 남아 쉽게 팔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긴가민가 망설이는 사이 시장은 이미 시체가 즐비한 참혹한 전쟁터가 됩니다.


앞서 경제위기에 대해 설명하는 글에서 저는 경제위기가 터지기 위한 조건 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습니다.


1.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문제일 것

2.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소비 또는 투자를 하여 재화/자산 가격을 상승시킬 것

3.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까지 영향이 미칠지 예측할 수 없을 것

4. 문제에 빠진 사람들이 스스로 수습할 수 없을 것

5. 기존에 참고할만한 사례나 해결 방법이 없을 것

6. 사람들이 공포에 빠질 것


코로나 바이러스 19는 처음에는 저 조차도 그 위력을 얕보았지만 무증상 감염자라는 게임 체인저로 인해 단번에 위에서 언급한 조건들을 꿰뚫어버리는 블랙스완과 같은 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상황이 급변하며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치솟는 상황에서는 단기간 안에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크고 멀리 바라봐야만 합니다.


얼마 전 워렌 버핏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변동성이 높아질 때(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이 겁에 질려 주식을 내다 팔 때) 주식을 매수해야 되지만 이때 최소한 10년은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매수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었는데, 10년간 보유해야 된다는 뜻은 그만큼 단기간 내에 벌어지는 일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인내심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내심을 갖고 버티기 위해선 반대로 크고 멀리 내다보며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인간의 특성상 전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인내한다는 것은 심적으로 너무나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크고 멀리 바라봤을 때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다음과 같이 제 나름대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시나리오 1.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경우


이 시나리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으로 퍼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종식되거나 사람들의 경제 활동이 가벼운 위축으로만 그치거나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음 중 하나의 사건이 발생해야만 합니다.


- 코로나 바이러스가 특이한 독감에 불과하다는 세계 각국 정부(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이 통하거나 더 이상 경제 활동을 멈추기 어려운 사람들의 인지부조화적 자포자기로 경제 엔진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경우


- 빠른 시일 안에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 추세가 정점을 지나는 경우(확진자가 더 이상 안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확진자 증가 숫자가 이전보다 적어지는 경우)


-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가 전염 사태의 충격에서 회복하며, 중국발 경제 부양책이 효과를 거두는 경우


- 세계적 환자 폭증으로 치료제가 돈이 될 것이라 예상한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결국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는 경우


위와 같은 사건들 중 한두 가지가 동작할 수 있다면, 1~2분기에는 기업 이익이 급감하겠지만 3분기부터는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여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재정/통화 부양책이 곁들여질 경우 1년 안에 사람들과 투자자들의 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가장 적당한 투자 시점은 1 - 2분기 안에 세계적인 확진자 증가 추세가 꺾이는 시점 또는 주요 관광지와 쇼핑지역에 사람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19의 전염성을 보았을 땐 단 시간 안에 확진자 증가 추세가 꺾일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경제 활동 위축이 기업의 위기까지 이어지는 시나리오 2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시나리오 2. 공포가 장기화되고,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경우


두 번째 경우는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 좀 더 상황이 안 좋은 경우입니다. 사람들의 공포가 쉽게 진정되지 못하고, 경제활동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는 경우입니다.


지난 2008년 이후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계속되자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부채를 활용했습니다. 현재 기업들의 부채 비중은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해있으며,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도 기업 부채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은, 보통 경제 상황이 우호적일 때는 기업의 겉모습이 최대한 우량하고 좋아 보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회계 기법을 동원하여 숨겨진 부채를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자금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렇게 숨겨져 있던 부실이 터지는 기업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기업들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터지는 것은 알려진 부채 문재가 터지는 것보다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부채 문제가 터져서 금융회사들이 기업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경우입니다.


확진자 증가 추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현 상황이 2/4분기 이후까지 지속되거나,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조차 코로나 사태 회복이 늦어질 경우, 전 세계적으로 숨겨진 부채 문제가 터지면서 금융회사들의 기업 부채 회수로 인해 기업들의 줄도산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갑자스럽게 터지는 거대 기업의 부실은 정부가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큰 기업이 무너지고 시간이 지나면 정부가 부랴부랴 비상대책을 세우면서 분위기를 진정시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큰 문제가 생긴 직후에는 정부 또한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마련이고 이 시기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곤 합니다.


따라서 2분기 이후까지 확진자 증가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커지며 감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숨겨진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며 투자를 해야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걱정은 이미 현재 가격 하락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다음으로 봐야 되는 것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단순히 사람들의 소비 위축에서 끝날 것이냐 아니면 기업의 부실까지 터질 것이냐입니다. 기업의 부실까지 터진다면 지난 일주일과 같은 한 주가 하반기 중에 한차례 더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시나리오 3. 위기가 금융회사까지 전이되는 경우


마지막 경우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공포 심리가 일부 기업들의 도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07년~2008년과 같이 파생상품 문제가 터지거나 금융회사들에게까지 부실이 전이되는 경우입니다.


금융회사가 무너지는 것은 제조업 기업이 무너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효과를 일으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금융에 기반하여 동작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금융회사가 무너진다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동작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본주의가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혈액과 같은 자본이 흐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가장 큰 위기가 발생했던 시점은 주택 시장에 끼어있던 거품이 꺼지거나, 파생상품들이 문제를 일으키던 시점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점은 바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베어스턴스나 AIG 등 각종 금융회사들을 구해내던 중 모럴 해저드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정치적 부담을 느껴 리먼 브라더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거부했던 시점이었습니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더 이상 구제금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걱정이 투자자들을 사로잡았고, 곧이어 어떤 금융회사가 추가적으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던 것입니다.


다만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것은 2008년의 교훈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금융회사까지 문제가 생길 경우 신속히 대응할 것이고, 주가지수의 상승을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비난 때문에 금융회사가 무너지는 사태까지 내버려 둘리는 없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로써는 가능성이 아주 낮은 상황이지만, 만약 미국 민주당의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이러한 시나리오가 급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미국이 망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던 시절 미국의 주가지수는 대략 50% 정도 하락했습니다.



제레미 시겔 교수의 저서 <주식에 장기투자하라>에 따르면 1948년부터 2012년까지 11번의 불황시 주가 정점 이후 12개월 최대 주가 하락 평균은 -20.2% 였다고 합니다. 1973년 - 1975년에는 대략 -38.8% 하락했으며, IT 거품이 붕괴하던 2001년에는 -26.5% 하락했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적 경험을 참고하면 이번 사태가 최악에 이르렀을 경우 얼마만큼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는지 참고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19는 얼마나 더 많이 퍼져야만 끝날까요? 얼마나 경제에 큰 상처를 남길까요? 현재로서는 누구도 이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인류가 이번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이겨내고 다시 회복할 것을 믿는다면 지금이야말로 투자에 관심을 두고 준비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포에 휩쓸리거나 사소한 뉴스에 집착하기보다는 큰 흐름을 읽고 대범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깊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제위기는 10년마다 한 번씩 발생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